나만의 ‘소확행’을 떠올리며.. <시작노트>를 펼치다
서평단 모집 이벤트에 당첨되어 피터 킴 작가의 <시작노트>(일 센티 페이퍼)를 선물로 받았다. 후기를 써야 한다는 ‘강력한’ 부담감에 지인의 강연이나 북 콘서트에 일을 핑계 삼아 참석하지 않았던 나다. 그런 내가 서평단 모집에 응모한 이유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평을 쓰게 될 테니까. 사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내 생각을 공유하는 데 자신이 없었던 탓이 크다. ‘잘’ 그것도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스스로가 준 부담감 때문에.
지난 9일 책을 받고 이런저런 일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13일)는 마음먹고 책을 잡았다. 2시간도 안 돼 마지막 장을 덮었을 정도로 책은 술술 잘 읽혔다. 무엇보다 작가와 나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하지 않아 더 공감이 됐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꾸준한 글쓰기’는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이해는 하면서도 실천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건 당신이니까 가능한 일이지’라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거리감이 실천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거 내 얘기 아니냐?’, ‘어? 나도 이렇게 생각했는데!’라는 지점들을 여러 곳에서 만났다. 치맥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다이어트에 실패했을 때 ‘역시, 나는 안 되는 것인가’, ‘내가 그렇지 뭐’라는 작가의 좌절기는 꼭 내 얘기를 써 놓은 것만 같았다.
작가의 시도가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다. 매일 아내에게 쪽지를 남긴다든가, 매일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해둔다든가, 지하철역 이름으로 매일 한 편의 시를 써본다든가. 작가는 작은 시도에서 오는 자신만의 ‘소확행’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의 ‘소확행’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지 않고 한 권씩 끝낸 후에 리뷰 남기기’
‘영화를 보면 꼭 후기를 브런치에 남기기’
‘심리상담 강의 듣고 내 생각을 브런치에 남기기’
특히 <시작노트>에서 가장 감명 깊게 다가온 부분은 “실수할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이란 챕터였다. 작가는 두바이 출장 갔을 때 제목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Failed it> 이란 책을 소개했다.
“Your mistakes could change the world.”
(당신의 실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더 안전하게, 더 완벽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이 책의 저자 에릭 케셀스는 용기를 준다. 너의 실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한번 시작해봐. 만약 당신도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시작하기 어렵다면, 이 문장을 외워보자” (시작노트 p. 192)
그간의 시도들이 실패(?) 또는 중도에 좌절됐던 이유는 첫 술에 배 부르려 했기 때문이다. 글을 한 편을 써도 작가처럼 완벽하게. 영화 후기를 남기더라도 영화평론가처럼 비판적으로. 영어공부를 해도 단시간에 완벽하게.
작가는 30일 매일 글쓰기 모임에 대해 소개하면서 ‘매일 고퀄리티의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 정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3줄 일기라도 남겨보라’고 조언한다. 작가의 이 조언은 힘을 잔뜩 줘 뻣뻣한 나의 ‘글쓰기 근육’을 이완시켰다.
‘잘 쓰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반응해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자.’
현재의 무기력을 탈피하고 싶고, 뭔가 도전하고 싶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 한 가지 이상 자신만의 ‘소확행’을 떠올리며 <시작노트>를 펼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