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1993
고3
한창 입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어머니에게 기타 학원을 다니겠다고 졸랐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던 난 그렇게 졸라댔다
1993년 이때는 기타를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음반 가게 사장님이 겸업으로 가르치던 시대였다.
다행히 음반가게 사장님이 동내 지인이라 싸게 하셨는지 흔쾌히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셨다
그것도 클래식 기타로.
아마 1개월 다니고 말 것 같아 해 주셨을 수도..
몇 개월 다니다 보니 이상하게도 사장님이 계속 새로운 음악가를 초빙해서 잼 연주를 시키셨다.
이제와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면 아마 본인이 키우는 학생이 있는데 실력이 장난 아니다 와서 같이 연주하면서 실력 좀 봐줘라 뭐 이런 게 아녔을까..
마치 미용실 원장님이 미스코리아를 출전시키고 싶었던 것처럼
악기사 사장님은 날 음악 쪽으로 키우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더 이상 배울게 없어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집안 사정으로 음대는 못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음악은 여기까지 하고 그때만 해도 아무도 안 하는 전산과 지금의 컴퓨터공학과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오니 30년이 흘렀다.
그동안의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생생하고 또렷한데
누군가에게 기억 30년을 뺏긴 기분이다.
이제 난
프로그래머에서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
그때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멈췄지만
돌아 돌아 광야 30년을 방황한 뒤 1993년
그 좁디좁았던 방
음악과 나만 있었던
그래도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