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자존감 #실패 #두려움 #우울
2018년 겨울..
삼성에서 퇴직 후 버티다 버티다 생계로 인해 결국 급하게 서울에 직장을 다시 구하게 됐다.
옮기는 회사는 작은 로봇 회사였고 삼성 온양 사업장에 로봇 하나 납품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은 회사였다.
기존 방식은 단순히 로봇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수준이었지만 내가 입사하면서 AI를 접목시켜서 고도화를 할 목적이었던 것 같다.
막상 출근을 하니 아무것도 없어 팀원 모집부터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 그리고 영업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다.
삼성 공장에 내려가 아는 인맥 모르는 인맥 동원해서 회의에 참석하면서 수많은 영업을 하면서 정말 1개월은 쉼 없이 달렸다.
내 성격이 원래 이랬기에...
급하게 구한게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시작하는 입장에서 회사와 가까운 위치에 원룸도 구하고 피트니스센터도 근처에 끊고 그렇게 1개월을 지나는 순간
뭔가 쌔 함이 느껴졌다.
하나부터 열 끝까지 대표의 말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고 심지어 지분 얘기도 슬쩍 들어갔고 연봉도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난 뒤도 안 돌아보고 한 달 채우고 퇴사를 했다.
며칠 동안 자괴감에 빠져 누워 있었다.
원룸은.. 이사는.. 생계는...
며칠 동안 삼각 김밥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하루 종일 방에 누워 있었다.
죽을 만큼 괴로웠다.
온갖 시선과 질타가 내 머릿속에 반추되기 시작했다.
"몸뚱아리 괜찮으면 막노동 일을 하던가.."
"알바라도 하던가.."
"생계는 어쩌려고 그 나이에 그러고 있냐.."
"그러게 왜 잘 나가는 삼성에서 퇴사를 했냐.."
"으이그... 휴 한심하다.."
그렇게 저 깊숙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있을 무렵 라디오에서 멘트 하나가 흘러나왔다.
"죽을 만큼 괴롭고 힘들 실때는 그냥 숨만 쉬고 있으셔도 되요. 그렇게 하루하루 숨만 쉬고 있으면 그 기운을 보고 찾아오는 행운이 있을 거에요.."
마치 내가 힘든 걸 아는 것처럼.
그렇게 며칠 동안 난 숨만 쉬었다.
하루 삼각김밥 하나로..
그러던 찰나 첫 직장 동기가 갑자기 연락이 왔다.
"이번에 새로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프리랜서라 생각하고 주 3일만 같이 일해보는 건 어때?"
그 친구는 이제는 한국지사 팀의 리더고 인도 개발팀 리더이면서 직급은 부장이 되어 있었다.
입사 초창기만 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랑 밥 먹으려는 동기들이 없다 보니 난 아무 생각 없이 그 친구랑 주로 점심을 같이 먹으러 다녔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 기억이 고마운 거였는지 뭐 인건지는 모르지만 페이스북에 내 심정을 글로 몇 자 남긴 거 보고 바로 연락이 왔다.
신기했다.
한 번도 연락을 안 했던 친구였기에..
난 흔쾌히 승낙을 했다.
출퇴근 시간이 가고 오고 합쳐서 비록 3시간은 걸리지만 내가 예전에 하던 업무이다 보니 부담이 없었고 출근을 해서 보니 낯익은 상사들과 동기들이 반겨주는 게 너무 푸근하고 좋았다.
그렇게 1년 6개월 지내면서 내 멘탈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내 고마운 친구 토니.
그렇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프리랜서 개발자로 활동하다가 스타트업을 창업을 하고 어느 정도 키운 다음 마무리 짓고 다시금 또 다른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순간순간은 괴로워 발버둥 쳐도 긴 시간을 보면 인내에 시간이고 연단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뭘 할지 고민하고 있는 이 순간이 두렵고 힘들지만 이것도 연습이 된 건지 예전보단 덜 두렵다.
실패도 힘듦도 자주 연습을 하다 보면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거름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하루하루가 힘든 그대여... 그냥 숨만 쉬고 있기를... 그래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