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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Apr 24. 2017

알약

불쌍한 우리 딸.

난,

38살까지 알약을 먹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알약 하나 삼키지 못하느냐 하겠지만

난 알약을 먹지 못하는 이들의 심정을 안다.

아무리 알약을 입에 쑤셔 넣어도 목구멍이 스스로 알아서 저항을 하여 넘기지 못하게 한다.

알약을 먹는 사람들은 이해 못할 것이다.

목구멍은 알약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걸....


2012년 가을 즈음에 신은 나를 한심스러게 보셨는지 고통이 심한 병인 구안와사라는 병을 주셨다.. 일명 안면마비..

이 병의 특징은 머리 뒤가 끊어질 듯이 아파 미치게 만드는 병이었다.

일단 아프니 대학병원 가서 진단받고 알약을 받아왔다.. 그것도 엄청 큰 7알..

작은 알약도 못 먹는 난 어떻게 서 든 지 병이 빨리 낫기 위해 별에 별짓을 다했다.

밥에 약을 숨겨서 먹어도 보기도 하고 잼을 발라서 먹어 보기도 하고.

딴생각을 하려고 무릎을 치면서 먹어 보기도 이런 행동이 번번이 실패하고 난 약을 한알도 먹지 못하였다.

그러자 고통이 너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없다..

이제 까지 살아오면서 이리도 큰 고통은 없었다...

어느 날 밤 난 울면서 알약을 손에 움켜잡고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쓴 게 중요한 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내 목구멍은 알약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대신에 너무 늦게 약을 먹어서 안면마비가 완치가 안되었다.


우리 딸을 오늘 아파서 아주 작은 알약을 받아왔다

난 그 고통을 알기에 아이가 못 삼키고 하는 걸 보면서 그래도 경험(?)을 알려주면서 차근차근 알려주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국 딸아이는 실패했다.

이전에 나처럼 알약에 대한 두려움이 또 한층 쌓이게 되었다.

이런 층은 결국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 하고 무너뜨려야 된다...

우리 딸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우리 딸... 혹시 아빠 닮아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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