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숫자 쓰기를 좋아한다. 공책에 1부터 또박또박 써 내려가는 숫자는 어느덧 1000이 가까워졌다. 그냥 하염없이 늘어나는 수 배열과 그 속에서 찾아낸 규칙들이 즐거운 모양이다.
식탁에 앉아 숫자를 쓴다. 얼추 900대에 이른 숫자들의 공책의 빈 여백을 꽉 채우고 있다. 아이 손에 힘이 없는지 숫자 9가 비쩍 말라 보여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다시 써줬다. 마침 아이 맞은편에 앉아 있던 관계로 숫자 9를 거꾸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동그라미와 직선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연필을 끊었다가 그 아래 직선을 그렸다. 연결부위가 부자연스러워 얼핏 보면 숟가락처럼도 보이고 막대사탕 같아도 보였다.
아이는 한 참을 숫자 9를 들여다보더니....
엄마 9는 민들레 홀씨 같다..... 한다...
기껏해야 숟가락 같다고 생각하던 나는 민들레 홀씨 숫자 9에게 미안해졌다. 이렇게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아이의 눈이 좋다....
나의 민들레 홀씨 숫자 9.... 아이는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