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르르르르~ 솨르르륵~ 풀 밭에 앉아 눈을 들어보니 나무들이 움직인다. 눈을 감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수많은 나뭇잎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바람의 리듬에 맞춰 길게 또는 짧게, 단순하게 혹은 복잡하게..... 시각을 자극하는 풍경 속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음성...
떨어진 나뭇잎 하나.... 매끈한 잎 앞면을 부드럽게 만져본다. 물기를 머금은 촉촉함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여린 잎의 자랑이겠지... 잎의 뒷면을 쓸어본다. 불끈불끈 솟아 있는 잎맥에서 생명의 힘이 약동하고 촘촘하고 오밀조밀 그물처럼 얽혀있는 작은 잎맥들은 살아 숨 쉬는 그들의 일생을 담고 있다.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어우러져 있지만 제각각 자기들만이 가지고 있는 모양과 양태와 개성과 기질로 찬란한 세상을 빛나게 한다.
퐁, 퐁, 퐁.... 작은 생명체가 내 앞 개울가에서 몸을 담갔다가 빼곤 한다. 저들만의 몸짓 언어겠지만, 그 움직임이 재미있다. 꼭 자연의 리듬의 일부인 듯 혹은 우주의 바다를 이루는 작은 포말인 듯 어김없이 움직이고, 사라지고, 나타나고 없어진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질서와 우주의 존재 원리와 인간과의 공존 법칙에 어느 것 하나 위배되지 않는 조심스러운 움직임과 자태가 경외롭다.
물가의 비린 내음, 논두렁에서 전해오는 탄내음, 갖가지 꽃과 풀이 어우진 땅의 냄새..... 숲 풀 속 복잡한 벌레소리와 바람에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쳐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 어느 것 하나 이질적이고 동떨어진 것이 없다. 거기에 한가로이 고기 잡는 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각하고 있는 나...... 자연이 주는 황홀한 행복... 신이 주신 선물...
똑같이 주어진 자연의 선물꾸러미 안에서 발견하는 것들은 제각각이겠지? 창밖에 눈길 주면 닿을 거리에 샘솟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나무들이 보여도 일상에 치여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 길바닥에 핀 보잘것없는 작은 풀꽃 안에서 자연과 사랑과 삶과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겠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 하는가, 나는 어떤 눈을 갖고 싶은가... 세상 속에 갇혀 타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추종하며 살고 있진 않나? 눈에 보이는 물질과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을 추구하는 편협한 삶에 찌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저냥 지나가는 바람으로 길가에 서 있는 나무로, 길 섶에 핀 들풀로,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로..... 지나쳐버리고 있진 않을까? 작은 나뭇잎에서도 사랑과 삶과 자연과 우주를 발견하는 내가 되었으면.... 돌멩이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바람의 리듬을 듣고, 흙내음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일이겠지? 사람도 자연과 우주의 일부겠지...... 나도 그렇겠지......
오늘도 창 밖을 들여다보자.... 하늘을 올려다보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보자.... 바깥을 향해 한 껏 마음을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