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들리나요?

by 김필필

비가 주룩주룩? 후드득? 후둑후둑? 아무튼 그렇게 오던 날. 38개월 우리 아들과 우산을 쓰고 걸었다.


아이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의무감에 아들에게


빗소리 들어봐~


라고 감성 엄마 흉내를 내는데...


어떻게 들리니?


......................


바바 바바 바바 바바


???????????????????????




나의 머릿속에 입력된 소리를 흉내 내는 말들의 사전 속에 특히 빗소리를 나타내는 말들 중에 바바바~ 가 있었나?


다시 물었다.


후둑후둑 소리 안 나?


......................


바바 바바 바바 바바.... 이렇게 나는데?




순간 나도 귀를 기울여 다시 들어보았다. 오호라~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바바 바바 바바 바바~ 이렇게 소리를 낸다. 어쩌면 나는 학교에서, 책 속에서, 글에서 나도 모르는 소리의 틀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에서나 비슷한 소리를 묘사하는 단어들을 접하게 되고 그렇게 입력된 말들을 무의식 중에 나는 또 아들에게 입력하려 들었는지도.....




우리 글의 탁월함 중에 하나는 소리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되어버린 소리글자는 또 그렇게 나의 의식을 지배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후두둑으로 입력된 빗소리는 나에게 더 이상 바바바~ 도 아니고, 도도도~ 도 아니다. 단지 후두둑으로 존재하는 비만 내가 가진 빗소리가 되어버린다.




생각해보니 나에겐,,, 내 머릿속과 가슴속에 이렇게 입력되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한 번 입력되고 틀에 채워진 것들에 대해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다시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수많은 세월을 살아버린 건 아닐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빗소리를 바바 바바~~ 로 들을 수 있는 우리 아들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