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골에서 영어 깨우기 1

by 김필필

대한민국의 언어는 한국어이다. 우리는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노고에 힘입어 아름답고 쉬운 한글을 사용하여 한국어의 넋을 이어왔고, 최근에 들어 가장 과학적인 언어라는 명예까지 얻었다. 세상의 수 많은 언어 중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이며 다양한 감각을 이해하기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는 시적이고 예술적인 언어가 한국어이다. 이런 축복받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풀리지 않은 숙제이자 난제가 바로 영어이다.

현대화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으로 진출하였고, 맹모삼천지교와 근묵자흑, 근주자적을 모토로 교육과 환경의 중요성을 맹신하는 한국의 부모들은 글로벌 언어에 주목하게 되었다. 말은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지만 그 말을 통해 얼과 혼이 전해지기 마련이고 사람의 사고와 생각의 흐름을 지배하는 것 또한 말이고, 언어이다. 한국어라는 수려하고 과학적인 언어로 다져지고 지켜져 온 한국의 얼과 혼과 넋은 글로벌 시대에 이르러 그저 모국어의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한 지경에 이르렀다.

영어에 대한 열병과 같은 집착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한국에만 국한된 기이한 현상도 아니다. 다만, 미디어의 홍수 속에 있는 우리가 넘쳐나는 영어교육 컨텐츠 속에서도 여전히 영어교육에 집착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영어 정복과 럭셔리한 영어 발음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디어 속 영어교육 컨텐츠는 태교 영어동화와 영유아기 영어 말하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해외여행 자투리 영어회화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시간과 장소를 불문한다.

학창시절 영어 공부와 시험이 끝이면 좋으련만 기업들은 야속하게도 영어시험 점수를 신입사원 선발과 승진 등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어 어른이 된 이후에도 영어에 대한 끝없는 도전은 계속된다. 태교동화를 통해 태어나기 전부터 접하는 영어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해 여물게 되고 대학 입학과 취업시즌에 피크를 찍게된다. 그 이후에도 우리는 꾸준히 승진과 자기계발과 교양의 명목으로 영어에 대한 집착을 합리화시키며 급기야 자녀교육에서 그 꽃을 피우게 된다.

지방에서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나까지 아이와 현지 영어를 배우려 호주로 날아온 걸 보면 한국인의 영어열정은 가희 비교를 불허할 정도라고 하겠다. 인터넷 유투브와 블로그에는 몇 살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둥, 성년이 되어 배우는 영어는 어떻다는 둥, 시기 적절한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무엇이며 해외에 나가냐, 마냐의 문제를 두고 서로의 이론과 경험을 펼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의 모든 의견을 수용할 수도 없거니와 상충되는 생각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기도 힘겨운 일. 호주까지 날아온 이상 무라도 뽑아야하는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검색질도 이제 나는 힘들다. 애들은 스펀지가 아니던가. 학교와 친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도록 하자.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여 일지를 꼭 쓰련다 하고 다짐해본다. 그럼 나는 어떤가........

불행 중 다행으로 대학교 졸업 후 취업과 동시에 영어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갖게 되어 영어와 안녕한지 15년을 넘기고 있었다. 물론 해외여행 가서 버벅버벅 겨우 의사소통하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 여행 영어와 현지 영어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 영어는 삶이 되어야하므로...... 그저 그럭저럭 버티는 영어라도 해야한다는 두려움 가득 안고 호주에 도착했다.

쿨하고 간단한 표현과 버터발음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찬 북미영어 찬미자들과 정통영어가 진짜라는 쟁쟁한 영국영어 예찬론자들 모두에게 외면 당하는 것이 호주영어이시다. 하지만 북미영어인지 영국발음인지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 보통 아줌마로서 호주 영어가 호주 영어이기에 안들린다고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궁색하다. 아무튼 북미든 영국이든 호주이든 자기들끼리는 다 통하는 언어가 영어 아니냐..... 호주 영어가 발음이 구려 못알아들었다는 변명 따위 멀리 날려버리고 납작 엎으려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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