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니..... 어여쁘지 않더라

by 김필필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아이는 절대적인 사랑이고 나의 운명이고 삶의 이유이다. 생명 탄생의 순간부터 줄곧 함께 해 왔으며 보이지 않은 끈으로 연결되어진 인연이자 천륜이다. 그런 아이와 2년 여 동안 온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누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미지의 세계인 호주에서의 2년..... 아이에게 다시 없을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말 그대로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한 없이 사랑스럽고 더 없이 소중한 나의 아이, 티 없이 맑고 투명하며 순수한 나의 아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보물.......은 어디 가고 이제 그는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작은 악마가 되었다.


자세히 봐야 어여쁘다고 그랬던가, 너도 그렇다고 했던가. 누가 그랬던가..... 아들과 나는 자세히 볼 시간과 공간과 명분이 넘쳐나는 곳에 왔고, 고귀한 엄마 놀이에 빠진 나는 세상 참한 엄마가 되어 아이의 일상에 들어갔다. 그. 런. 데.....

그런데......... 아이는 생각만큼 순수하지도 기대만큼 투명하지도 욕심만큼 사랑스럽지도 않다. 함께 간 형들과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기가 일상이요, 한글 공부라도 시켜볼 요량으로 책이라도 읽히면 미꾸라지 같은 핑계를 대기 일수이다. 끝없는 장난감 욕심에 책상 서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도 또 장난감 타령을 하며 마트에 갈 때마다 진상을 부리고, 덜렁덜렁 놀기 바빠 걸핏하면 무릎이며 손이며 피멍들고 다쳐오길 수준급으로 한다.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 귀엽던 아들은 호주에 와서 눈치빠른 망나니로 변하더니 급기야 뺀질뺀질 놀기에 맛을 들여 징그러운 변명으로 밖으로만 나돌더니 하루가 멀다하고 붕대를 감고 학교도 못 갈 지경에 이르렀다. 몸 다치는 것도 속상한데 욕심꾸러기에 능글거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짓이 어디서 온 악동인가 싶다.


신이 만들어 주신 이 시간과 공간과 기회가 천사같은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작은 악마의 속성을 밝히는 데 사용되다니..... 아..... 이 녀석 어디까지 갈 셈인가....


한국에서는 말 잘 듣는 유치원 범생이었고, 애교 많고 정 많은 귀여운 손자였다.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자 친구도 많은 사랑둥이 아이였건만..... 무엇이 이 아이를 변하게 하였는가....... 질문을 고민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혔고, 해답을 찾아 머릿 속 이곳 저곳을 헤매이다 혹시 저 아이가 원래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다. 원래라........ 원래 우리 아들은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 던가?

생각해 보니 착한 아이였다는 나의 결론은 유치원 선생님의 상담을 통해 만들어졌고, 애교 많고 귀엽다는 이미지 또한 가족들과의 단편적인 시간 속에서 나름대로 만들어낸 결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토록 아이와 함께 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도 한 번 도 일을 쉰 적이 없고 아이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라는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오롯이 인간 대 인간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와 인간적으로 부대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급장 다 떼고 온갖 사회적인 지위며 인간적인 정이며 그나가 가졌다는 백그라운드까지 다 제껴두고 너와 나로 대면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와 나....... 그러고 보니 철이 들고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의 아이, 학습되어진 아이, 온갖 배경 속에서의 아이만을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친구와의 관계가 원만했던 아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애교가 많은 아이, 유치원에서 말 잘 듣는 아이, 학원에서 뭐든 열심히 하는 아이,......


내 기억 속의 아이는 그렇게 수 많은 변수와 환경과 배경 속에서 존재해 왔고 그런 변수와 환경이 완전히 바뀐 지금...... 나는 혼란스럽다. 내가 알고 있는 내 아이는 환경과 공간이 바뀐 만큼 너무 많은 다름을 포함하고 있으며 나는 전혀 새로운 아들을 발견하고 당황하기 여념이 없다.

아이를 자세히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만을 본 적은 또 있었던가...... 아이가 어떤 성향이고 어떤 기질이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의 아이와 혼자 있을 때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떤지,,, 친구와 있을 때 말투가 변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먹는 속도는 어떻게 변하는지,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할 때 얼마나 집중하고 읽기 싫은 책을 읽을 때는 얼마나 자세를 자주 바꾸는지......... 자세히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사람들이 생각하고 책들이 말해주는 아이들의 성향 진단지에 우리 아들을 맞춰 그저 착하고 귀엽고 명랑하며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남자 아이라는 문장으로 아들을 제단했었다.


아이는 성경진단지의 한 분야에 체크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애교라는 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는 수백만 가지 표정으로 다양한 상황을 감당해 낸다. 다만 책 읽기가 싫어 미꾸라지 같은 이유를 대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것 뿐이고 조심성이 없어 자주 다치는 아이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온 몸을 던지는 열정을 가진 것인지도 모른다. 조물조물 만질 수 있는 작은 장난감을 좋아하며 손끝이 예민해서 현미경으로 보아야 구분이 가능한 종이접기를 즐겨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음식 욕심이 많은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음식을 대하는 열정적인 그의 태도에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미숙한 예의범절 때문이리라.

조심성이 없어 자주 다치는 그라기 보다는 역동적인 스포츠에 도전정신으로 부딪히는 열정적인 아이라서 그렇다는 말이다.


자세히 보니 어여쁜 구석이 일도 없더라. 맨날 사고치고 귀찮게 하고 얄밉더라. 예쁘던 곳이 과해지고 부족하던 부분이 헐거워져서 이도저도 아닌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실감이 나더라. 이럴거면 그냥 띄엄띄엄 볼 걸 그랬다는 자책도 해 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자세히 생각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고,,,,,, 구석구석 살펴보게 된다. 이해하게 되고, 이 모습마저도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한 걸음 성장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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