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힘든 일을 겪고도 다음 날 멀쩡하게 나타났다. 걱정이 되어 어떠냐고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러웠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이들이 많았다. 예고도 없이.
아무도 몰랐다. 본인조차도 자신이 무너지고 있는 지를 몰랐던 것 같다.
괜찮다는 말의 무게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항상 괜찮았다. 이별을 해도, 직장을 잃어도, 가정사가 생겨도. 며칠 지나면 멀쩡하게 나타나 밥을 먹었다. 한 번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진짜로 괜찮아?”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응, 괜찮아. 나 원래 이런 거 잘 넘겨.”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한참 뒤 친구가 털어놓았다.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하는 데 너무 익숙해서 다른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괜찮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말이 먼저 나온다. 자신의 진짜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입이 먼저 괜찮다고 대답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괜찮다가 반복되면 자기 자신조차 모르게 된다.
내가 진짜 괜찮은지, 아닌지를.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사람
직장 동료 중에는 유독 혼자 다 해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일이 많아도 티를 내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해 보여도 괜찮다고 했다. 힘들어 보이는 날에는 그냥 좀 피곤한 것뿐이라고 했다.
다들 그녀가 믿음직스럽다고 했다. 일을 잘 처리한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장기 휴가를 냈다. 번아웃이 왔다고 했다.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단 한 번도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나중에서야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면 약해 보일 것 같았어요.”
약해 보일까 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도움을 받지 못하니 계속 혼자 버틸 수밖에 없었고, 혼자 버티다 보니 결국 무너졌다. 강해 보이려던 노력이 정확히 반대의 결과를 만든 셈이었다.
무너지지 않는 게 아니라 무너질 수 없는 것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나는 알게 됐다. 그들 중 상당수가 괜찮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본 사람들이라는 것을.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던 자리, 힘들다고 말했을 때 받아줄 사람이 없었던 시간, 무너지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던 순간들.
그들에게 괜찮다는 말은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성격처럼 굳었다. 강한 게 아니라 약한 모습을 보이는 법을 잊은 것이다.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뱉는 사람에게 “진짜 괜찮아?”라고 물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괜찮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것은 아닐 수 있으니까. 그들은 그저 다른 대답을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했다.
괜찮냐고 물었고, 괜찮다고 했고, 그냥 넘겼다. 더 파고들면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그들이 갑자기 무너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진짜 걱정이 된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 물어야 한다.
“괜찮아?”가 아니라 “요즘 뭐가 제일 힘들어?”로.
“힘들면 말해”가 아니라 “이번 주 시간 되면 밥이나 먹자”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보다, 그냥 옆에 있다는 신호가 더 와닿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괜찮다는 말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괜찮지 않다는 말을 꺼낼 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계기는 질문보다 분위기일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