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의 핵심은 ‘전달력’에 있다. 전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핵심 키워드' 위주로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핵심 키워드'를 파악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핵심 키워드를 제대로 설정하면 세부 페이지에 대한 기획은 일사천리로 끝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안서에서 전달해야 하는 핵심 키워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쓸만한 탐플렛을 찾으려 애쓴다는 것이다. 물론 제안서에서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내실 없이 보기 좋은 제안서는 ‘예쁜 쓰레기’에 불과하다.
광고주와 대행사의 동상이몽
제안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광고주 의도와 회사 내부의 상황이다. 광고주가 대행사의 제안을 받는 목적은 마케팅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고, 대행사가 제안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광고주와의 계약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다. 이렇듯 광고주와 대행사 간에 입장 차가 존재하다 보니, 양측이 제안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도 다를 수밖에 없다.
먼저 광고주의 입장을 살펴보자. 광고주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담은 제안서에 끌릴 수밖에 없다. 광고주에게 매체는 그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그들에게 중요한 포인트는 목표를 실현시켜 줄 전략이다.
그러나 대행사의 입장은 다르다. 대행사에게 매체는 수단이 아니라 이익이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많이 남길 수 있고, 노동력이 적게 드는 매체를 제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대행사의 관점에서 제안서를 작성하다 보면 각 매체가 지닌 장점을 위주로 내용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행사의 생리만을 반영해 작성한 제안서가 원하는 결과를 안겨다 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안서는 어떤 관점에서 작성되어야 할까?
광고주와 대행사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제안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측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은 후 걷어낼 부분은 걷어내고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광고주와 대행사의 입장을 모두 감안해 제안서를 작성하려다 보면 내용이 산만해지고 전달력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인테리어 브랜드 A에 제시할 제안서를 작성한다고 가정해 보자. A가 견적 문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대행사와의 협업을 고민하고 있고, 현재 브랜드에게 가장 급선무가 인지도를 개선하는 것이라면 전략도 매체도 ‘인지도 개선‘이라는 핵심 키워드에 상응하도록 작성돼야 한다.
그렇다고 늘 광고주의 니즈에 최적화된 매체만을 제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만일 인지도 개선, 나아가 견적 문의를 유도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가 유튜브라는 판단이 섰는데, 회사 내부에 유튜브 콘텐츠 기획 또는 촬영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라면 대대행을 고려하거나 기존의 상품이나 서비스 중 유튜브와 유사한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매체를 찾아 제안해야 한다.
제안서의 내용을 기획할 때는 '견적 문의 증대'나 '브랜드 인지도 강화'라는 핵심 키워드에 부합하지 않는 페이지는 과감하게 쳐버리고 미니멀하게 구성하는 편이 좋다. 광고주의 관심사에서 벗어난 내용을 대거 포함한 제안서는 집중력을 흐뜨러트리고 대행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체의 장점을 부각한답시고, 매체의 기능만을 나열한다면 핵심 내용의 가치마저 떨어질 수 있다. 광고주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는 목적별, 단계별 전략을 심플하게 시각화하면서 전략에 부합하는 매체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 좋다. 물론 매체 활용 방안은 마케팅의 목적 및 전략과 일관적이어야 한다.
유튜브 대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제안하기로 했다면, 블로그의 구성 및 스킨에 대한 설명 대신 어떤 키워드를 타깃팅해 인지도를 극대화할지를,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문구나 하이라이트의 중요성 대신 어떤 콘텐츠와 해시태그를 활용할 것인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간혹,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매체에 대한 정보를 모두 담는 경우가 있는데, 군더더기가 덕지덕지 붙은 제안서는 전문성을 떨어뜨린다.
제안서의 전달력은 계약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 광고주와 대행사 사이에는 분명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지만, 양측 간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분명 대행사의 입장에서 '매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광고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의 목표와 니즈에 부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불필요한 내용을 주욱 나열하면 전달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핵심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광고주와 대행사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니멀하게 작성한 제안서가 제안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