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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의 스킬 - 영업편 (2)

영업사원이 쉬는 방법

by Jeff Kang

"거래처에서 쉬어라."

장과장님에게 가장 먼저 배운 영업 스킬은 '쉬는 방법' 이었다.

그때 당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기 전이었기에 토요일까지 평일처럼 근무를 하였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무는 영업사원에겐 당연한듯 되어 있었다.

그런 우리 같은 영업사원들은 소위 '퍼지지 않기 위해' 각자 짬짬이 외근 중 자신만의 휴식을 취했는데 그 휴식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이다.


어느날 장과장님의 거래처에 납품해야할 벽지가 너무 많아 차 2대로 배송을 해야할 일이 있어 장과장님의 거래처로 같이 배송을 나간적이 있었다. 벽지를 거래처 창고에 잘 정리해 놓은 후 장과장님이 거래처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차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장과장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장과장님이 날 부르셨다.


거래처 손님용 소파에 아예 눕듯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장과장님은 나에게도 편히 쉬라고 하셨다.

'거래처 사장님이 계시는데 이렇게 쉬는것이 괜찮은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거래처 사장님께서 오히려 편히 쉬다가 한숨 자고 들어가라는 말씀을 해주시는것을 보고 장과장님과 아주 친한 거래처인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물론 난 장과장님처럼 편히 쉴 수 없었다. 오히려 불편하고 낯설었다.


그렇게 우린 그 거래처에서 1시간이나 더 머물렀고 장과장님과 사장님은 그냥 일상적인 대화나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셨다. 물론 그 시간 내내 난 불편한 마음으로 앉아있었다.


회사에 복귀해서 장과장님과 창고정리를 하게 되었는데, 장과장님이 내게 거래처에서의 일에 대해 '우리가 농땡이 피운것 같아서 양심에 찔리냐' 고 물어보셨다.

나는 속마음을 들킨듯하여 화들짝 놀랐지만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러자 장과장님은 웃으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계속 일만하는 기계도 아니고 조금씩이라도 휴식시간을 가져야하잖아?

어떤 영업사원은 길에 차를 대고 10분이라도 눈을 붙일테고, 어떤 사람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마실 수도 있을거야. 근데 난 그렇게 혼자 쉬는시간이 아까워서 절대 혼자 쉬지 않아.

대신 거래처에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쉬면서 사장님들이랑 잡담을 해.

그 시간들 때문에 나도 휴식할 수 있고 하루종일 지물포에서 무료하게 계시는 사장님들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으니 둘다 좋은일이잖아.

그렇게 쉬다보면 그 지물포엔 다른 회사 영업사원들이 물건을 못놓고 가.

그 지물포는 완전히 내 거래처인거지.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한 나

그 이후 혼자 차에서 쉬는일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혼자 사먹는일도 없었다.

일을 하다 쉬고 싶으면 거래처로 들어갔다. 거래처 사장님과 얘기했다. 할말이 없었지만 그 어떤 화제거리 라도 만들어서 얘기를 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을때,

난 쉬는날에도 약속시간이 남아있다면 그 주변 지물포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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