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듣는 흔한 말 중에 하나는 “귀촌은 상관없어, 집지을 땅만 있으면 되니까. 그리고 연금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이 뭔 문제가 있겠어.” 다만 “귀농이 문제지. 땅도 구해야 해, 농사경험도 없지, 농사지어도 당장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뭘 먹고 살어!”
나는 귀촌과 귀농을 반쯤 섞어놓은 상태다. 은퇴해서 연금 받으며 사는 귀촌생활은 아직 이른 이야기다. 블루베리 농사는 짓고 있지만 초보 농꾼에, 나무도 어려서 수확량이 별로 없다. 당연히 농사 이외의 일을 잡아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군에서 위탁한 귀농귀촌관련 일이다. 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으로서 군의 귀농귀촌 정책을 돕고 있다.
그래서 일 관계로 서울 aT센터에서 열리는 귀농귀촌박람회에 출장을 다녀오기도 한다. 참가부스에서는 주로 귀농귀촌 상담을 한다. 가끔 파릇한 청년들도 찾아오지만 대부분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서울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인생의 오르막길 고비에서 지쳐있거나, 내리막길에 접어든 사람들이다.
현대사회는 고용 중심의 사회이다 보니 직업이 없다는 건 곧 빈곤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도 된다. 여기에 너도나도 자영업으로 뛰어들긴 하는데 서로 제살 뜯어먹기 식이라 이 또한 몰락하기 쉽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은 ‘고용없는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고, 고용불안정은 누구나 겪는 고통이 될 수 있다. 고용사회의 그늘에서 비참함을 계속 느끼는 것 보다 인생을 전환하고 싶은 심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물론 귀농도 말이 좋아서 그렇지 고용사회의 언어로 보면 농사에 취업했다고 해야 맞다. 자영업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귀농한다면 마을이라는 공동체 생활을 잘 즐겨야 한다. 도시에서처럼 담쌓고 살거나 법대로 하자고 사사건건 시비를 일으키면 미운털이 박힌다. 여기는 텃세가 법이란 말도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겠지만 한번쯤 내리막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생각해 봐야 한다.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할 지를….
시골은 인생 2모작을 위한 곳이다. 도시의 팍팍한 삶을 정리했다면 당장 굶어죽지 않을 일을 하면서 여유를 부려야 한다. 목숨만 유지하겠다는데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 하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내리막길에도 철학은 있어야 한다. 이걸 나는 내리막 사랑이라고 부른다.
오르막길에서 버거웠다면 내리막길에선 내 짐을 내려놓고 자연 가속에 몸을 맡겨볼 일이다. 내리막에서 조차 짐을 내려놓지 못하면 정말 가속이 생겨 고꾸라질 수 있다. ㅋㅋㅋ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리막길에서 볼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성공하겠다는 내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나의 모습일 것이다. 내 욕심과 욕망을 조금 내려놓으면 그런 기회나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이런 관계를 너, 라고 부른다. 어쩌면 ‘너’는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내리막 사랑은 ‘너’였으면 한다. 후회없이 너,를 사랑하다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