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사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형 시
8월의 밤하늘을 올려다 본 적이 있는가? 아니 별이 빛나는 밤을 올려다 본 게 언제 적 이야기였을까? 시골 사는 또 하나 묘미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몇 가구 되지 않는 나의 시골마을은 밤 9시가 넘으면 대부분 전등을 끈다.
빛 소음도 사라지고, 먼 산으로 빙 에둘린 별빛 호수에 풍덩 빠질 수 있다.
밤 11시 11분. 나는 지붕에 올라가, 아직 한낮 태양의 열기가 배어있는 붉은색 아스팔트 싱글에 누웠다. 별바라기는 역시 캔 맥주 한 모금과 함께 하면 제격이다. 별을 보면서 가끔씩 옛적 추억을 떠올린다. 초등학생이던 딸아이 방에 형광색 별 스티커를 온 종일 붙였던 그날이었다. 카시오페이아, 오리온, 북두칠성하며 별 스티커로 만든 별 자리 이름을 딸아이와 같이 불렀다. 딸은 이제 대학생이 되어 도시 원룸에서 자취를 한다. 그 애도 지금 나와 똑같은 밤하늘을 보고 있을까? 내가 그때 딸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방!
아니, 어둠이었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별이 빛난다는 걸 선물하고 싶었다.
어둠이 짙게 물들수록 별은 홀로 높고 외롭고 아득하여 나만을 비춘다. 딸아이도 언젠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외로워하고, 짙은 어둠이 베인 빈 방에 홀로 앉아 흐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때 만약 기억을 소환해 아빠와 만들었던 별방에 들어가 나만을 비추는 별을 찾기를 바란다.
시골살이는 별을 헤는 밤과 같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굳이 되감아보지 않아도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이 있고, 한 획을 그으며 사라지는 별똥별의 쓸쓸함과 또한 위로를 못내 바라봐야 한다. 누군가는 생의 내려가는 길목에서 산 정상을 돌아보며 한 때 나도 저랬었지,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골살이를 시작한 나에겐 그런 미련 따위는 없다. 내가 별을 헤는 건, 이 어둠이 연출한 더없이 소중한 나의 별을 기억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지 나의 선택을 의미있게 하는데 있다. 가끔 이 별빛 호수에 나의 눈물 한 방울 떨어져 동심원이 울려 퍼진다.
나의 별은 여성성을 지닌 아니마-칼를 융이 말하는 남성 무의식 안의 여성성- 이기도 하다. 나는 북극성 등표를 먼저 띄워, 그녀가 저 깊은 밤바다를 무사히 건너오길, 그녀의 뱃길이 ‘안녕’하길 빈다. 나는 집을 지을 때, 엇갈림 지붕을 만들었다. 남으로 기운 지붕과 북으로 기운 지붕이 엇갈려 만난 X 지점에 서서, 먼저 내 좌표를 찍는다. 그리고 내 마음의 등불을 밝힌다. 등불의 제향으로 편지를 쓴다. 마음엔 늘 두 개의 우체통이 저울질 한다. 이른 또는 때늦은 배달. 아마 그녀도 그 어디쯤에 있기에…. 등불을 깜빡거려 오늘밤 편지를 쓴다.
by Kim Jae Sek
8월의 태풍이 드세게 몰려올 거란 예보에도 오늘 밤 나의 마음은 왠지 맑음입니다. 바다 등대 하나, 산 속으로 옮겨놓고 남으로 기운 지붕과 북으로 기운 지붕이 엇갈리며 맞물린 X형 지점에 좌표를 표했습니다. 이곳은 나의 쉼표이기도 합니다. 등을 피워 불빛의 제향으로 밤바다를 바라봅니다. 밤바다에 띄워놓은 북극성 등표를 살피며 은하수를 건너오는 그녀의 뱃길이 ‘안녕’하길…. 등불을 깜빡거려 오늘 밤 편지를 씁니다. 마음엔 늘 두 개의 우체통이 저울질 합니다. 이른 또는 때늦은 배달. 아마 그녀도 그 어디쯤에 있기에….
등불 하나의 점과 등불 하나의 선, 점과 선 사이 행간에 끼인 오랜 그리움마저 그녀의 뱃전에 가 닿기를…. 언젠가 그녀와의 사랑도 마음에 끼인 습식하는 녹처럼 바싹 말라 해풍에 바스러져 가겠지요. 내가 별을 헤는 건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지 그녀의 샛별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등불지기는 동트기 전 샛별이 가장 빛나는 찰나 등불을 끕니다.
* (나 항상 여기에) 모스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