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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주원 Jul 15. 2021

게임화와 경험경제

Gamification_column_004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경험의 세계가 되었다. 고객의 행동으로부터 발생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는 과거부터 오랜 기간 다양하게 쌓이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경험의 가치가 증명되었고 활용되고 있다.



생필품 중심의 농업경제에서 출발하여 양산을 위한 산업경제로의 진화에 이어 서비스 경제에 도달한 인류는 서비스 과정에서 쌓이는 수많은 경험의 데이터를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형태로 누적해왔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의 경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한국도 앞에서 언급한 형태의 진화 과정을 거쳤다. 농업과 광업을 시작으로 산업화를 겪으며 의류 산업과 전자 산업에 주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대한민국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산업에 경쟁력이 생겼다. 금융 허브는 못 됐지만 제조와 건설분야에 높은 역량을 확보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서비스 경제의 다음 단계인 경험 경제가 완성되기 위한 변곡점에 있다고 본다.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는 가성비의 인기를 지나 심리적인 만족까지 추구하는 가심비가 대세가 되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배달 어플리케이션에서 남들이 경험한 리뷰를 살피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부터 쿠팡, 당근마켓 번개장터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리뷰와 후기를 비롯한 사람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그것을 토대로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의 경계에 상관없이 경험 자체가 이미 경제적 재화로 진화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생활과 게임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게임 중 좋은 아이템을 얻었을 때 쓰는 ‘득템’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주변에서 흔히들 사용한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게임 용어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게임을 접한 사람들에게 게임화가 더 잘 먹히는 이유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세대가 늘면서 연령이 낮을수록 대부분 승리의 경험을 게임에서 구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모든 추억은 경험이 된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소득이 삼만불을 넘어서면 사람은 물질적 구매보다 경험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경험은 할 수 있었지만 그 경험을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핀터레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SNS가 경험 전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SNS의 진화는 스냅과 틱톡이라는 숏폼 콘텐츠로 발전했다. SNS가 게임화가 된 것이다.



틱톡과 유튜브에서 한창 인기가 있는 제로투 댄스 챌린지의 사례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로투의 춤추는 모습 위에 베트남 노래를 융합한 영상을 각국의 인플루언서와 대중들이 따라하며 퍼트리고 있다. 사회적 의미에 놀이의 접목으로 시작된 챌린지 문화도 이렇게 게임화가 되었다.



먼 과거의 경험은 역사책에만 쌓였고 승자의 기록만이 남겨져 왔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선 누구나 자신만의 역사를 SNS에 자발적으로 기록하고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모든 생활이 놀이가 되고 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가 창출된다.



앞에서 언급한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사례들이 누적되고 쌓이면서 경제적 가치를 증명하고 나비 효과를 일으키듯 수많은 산업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수많은 경험을 차단하면서 사람들을 더욱 SNS와 온라인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경험을 비즈니스로 만들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찾아가기 힘든 장소라도 인스타 사진을 올리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면 사람들이 몰리고, 가상의 공간에 자신을 알리고 자랑할 수 있다면 가성비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 구매하는 시대다.



어느새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모든 경험에 있어 가장 좋은 방향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K팝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과 e스포츠에는 사람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게임화된 경험의 소비는 이미 우리 삶에 녹아 있다.


당신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경험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다. 

「 서지오 지먼 」


by 한국게임화연구원 석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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