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편TV 패널의 ‘연좌제’ 발언을 보고
작가 이문열을 논하려면, 남로당 출신으로 뼛속 깊이 공산주의자였던 그의 아버지 이원철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탐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작가론, 인물연구에서 가족사를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어느 종편TV에서 내가 노사연 노사봉 자매의 아버지 이력을 언급한 데 대해 ‘연좌제’ 운운하며 무어라 했다기에 찾아서 봤다. 패널들이 대화를 나누는데, 그 내용이 참 일차원적이고 저급하다.
변호사라는 분은 “연좌제도 없는 나라에서 부친의 행적까지 상세히 묘사하면서 마치 그 죄를 딸들에게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알다시피 연좌제는 범죄자의 친족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법률제도이다. 내가 언제 노사연 자매를 법률적으로 처벌하자고 했나? 이문열 작가의 월북한 아버지를 거론하면 ‘빨갱이’ 이원철의 죄를 아들 이문열에게 묻는 게 되는 건가?
게다가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라는 분의 역사 상식도 한심하다. 그는 ‘보도연맹 사건’을 설명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거창양민학살’을 제시한다. 그런데 거창사건은 보도연맹과 아무 관련이 없다. 최소한 텔레비전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려면 공부라도 좀 하고 나오길 바란다.
*추신 :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분은 또 ‘보도연맹 사건’을 설명하면서 “영화 태백산맥에 보면 인민군이 들어오기 직전에 기존에 좌익활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데려다 학살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하는데, 내 기억으로 학살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보도연맹원들이 공산주의를 규탄하며 행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도연맹원 학살 장면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배우 이은주가 학살당하는 부분이 가장 직접적이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기억이 가물한데, <태백산맥>에 보도연맹 학살 장면이 진짜 나오는지 기억하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