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가짜사랑 권하는 사회 중에서
'밀당'은 기본적으로 사랑하기와 관련된 기술이 아니라 사랑받기와 관련된 기술이다. 더욱이 그것은 상대를 동물처럼 길들이거나 조종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밀당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상당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며, 심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하게 된다.
사실 누군가를 조종하려는 건 그 의도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다. 조종의 기술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전쟁 중의 적에게나 사용하는 기술이다.
철학자 솔로몬은 밀당 같은 조종의 기술은 사랑과 인연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돈 후안이 능수능란하게 여자들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었다면, 이는 그가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질투심을 유발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그건 상대를 배신하고 학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화나게 해 놓고 즐거워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짓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점에서 상대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사람은 상대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상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는 가짜사랑을 하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김태형, <가짜사랑 권하는 사회> 중
이기적 사랑은 사랑을 주기는 하지만 주는 만큼 돌려받는 것을 전제하거나 기대하면서 주는 계산적 사랑일 뿐이다. 진짜 사랑은 등가교환과는 무관한 사랑이다. 즉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진짜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산에 갔다 쓰레기가 널려 있으면 자발적으로 치운다. 그는 산을 사랑하기에 그런 행동을 했을 뿐이다. 보상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산을 가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거나, 치우더라도 산신령의 금도끼, 은도끼를 기대한다. 하다못해 누군가의 칭찬을 기대한다.-내 생각)
계산적 사랑을 하는 사람은 걸핏하면 "나는 너를 그렇게 사랑해 주었는데, 너는 나를 그만큼 사랑해주지 않았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 중에는 사랑을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느라 자기가 먼저 사랑을 하는 걸 꺼리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다. 사랑을 줬다가 손해를 보는 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절대로 사랑을 먼저 하거나 주지 않겠다는 논리다.
-김태형, <가짜사랑 권하는 사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