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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인 Jan 16. 2022

무 두 개가 단돈 천 원이라니 마음이 아프다

아침 신마산 번개시장에서 본 것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는 '신마산'이라는 곳이 있다. 외지인들은 이 명칭을 이해하지 못한다. 거리나 건물 모습에서 '새것'을 뜻하는 '신(新)'을 느낄만한 게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신마산'이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마산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이 지역에 새 집을 짓고 새로운 주거지를 형성했기 때문에 '신마산'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오래 전부터 마산 토박이들이 살던 곳은 '구마산' 또는 '원마산'이라 부른다. 나도 마산에 온지 한참 뒤에야 그 사연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신마산 번개시장'이라는 게 매주 일요일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선다. 마산 외곽 진전면 진동면 구산면은 물론 인근 함안 창녕 등에서 많은 장꾼들이 각종 농수산물을 가져와 팔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시장이다.

신마산 번개시장


우리 가족도 웬만하면 매주 번개시장을 찾아 일주일간 먹을 식재료를 사오곤 하는데, 오늘(16일)은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워낙 사람이 많아 떠밀려다닐 정도다. 쇠락한 마산에서 떠밀려다니는 모습은 여기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팔거나 사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산다는 건 곧 먹는 거로구나' 하는 뻔한 사실을 새삼 느끼곤 한다.


번개시장에선 요즘 보기 드문 걸인과 탁발승도 볼 수 있다. 아내는 걸인의 플라스틱 통에 천 원짜리 한 장을 넣었다.

두 개에 천 원.


걸인 말고도 가슴 아픈 일은 농산물이 너무 싸다는 것이었다. 오늘 산 무는 두 개에 천 원이었다. 집에 와서 체중계에 올려봤더니 2.3kg이었다. 대체 이렇게 팔면 이걸 심고 가꿔 내놓은 농민은 남는 게 있기나 할까? 남기는 커녕 손실을 봤을 게 뻔하다. 농민은 어떤 심정일까?


오늘 사지는 않았지만 과일, 특히 배도 너무 쌌다. 한 광주리에 5천 원, 한 박스는 2만 원에 팔고 있었다. 시금치 등 푸성귀도 한 광주리에 2천 원씩 팔고 있었다.



꽃을 든 남자 전홍표


오늘도 전홍표 창원시의원을 만났다. 번개시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분이다. 오늘 그는 꽃을 사고 있었다.


나도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긴기아난이라고 하는데, 덴드로비움과 비슷한 종인듯 하다. 이건 좀 비쌌다. 1만 5천 원.

긴기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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