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 두 개가 단돈 천 원이라니 마음이 아프다

아침 신마산 번개시장에서 본 것들

by 김주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는 '신마산'이라는 곳이 있다. 외지인들은 이 명칭을 이해하지 못한다. 거리나 건물 모습에서 '새것'을 뜻하는 '신(新)'을 느낄만한 게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신마산'이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마산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이 지역에 새 집을 짓고 새로운 주거지를 형성했기 때문에 '신마산'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오래 전부터 마산 토박이들이 살던 곳은 '구마산' 또는 '원마산'이라 부른다. 나도 마산에 온지 한참 뒤에야 그 사연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신마산 번개시장'이라는 게 매주 일요일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선다. 마산 외곽 진전면 진동면 구산면은 물론 인근 함안 창녕 등에서 많은 장꾼들이 각종 농수산물을 가져와 팔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시장이다.

IMG_6759.JPG
IMG_6758.JPG
IMG_6760.JPG 신마산 번개시장


우리 가족도 웬만하면 매주 번개시장을 찾아 일주일간 먹을 식재료를 사오곤 하는데, 오늘(16일)은 유난히 사람들이 많았다. 워낙 사람이 많아 떠밀려다닐 정도다. 쇠락한 마산에서 떠밀려다니는 모습은 여기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팔거나 사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산다는 건 곧 먹는 거로구나' 하는 뻔한 사실을 새삼 느끼곤 한다.


번개시장에선 요즘 보기 드문 걸인과 탁발승도 볼 수 있다. 아내는 걸인의 플라스틱 통에 천 원짜리 한 장을 넣었다.

IMG_6770.JPG 두 개에 천 원.


걸인 말고도 가슴 아픈 일은 농산물이 너무 싸다는 것이었다. 오늘 산 무는 두 개에 천 원이었다. 집에 와서 체중계에 올려봤더니 2.3kg이었다. 대체 이렇게 팔면 이걸 심고 가꿔 내놓은 농민은 남는 게 있기나 할까? 남기는 커녕 손실을 봤을 게 뻔하다. 농민은 어떤 심정일까?


오늘 사지는 않았지만 과일, 특히 배도 너무 쌌다. 한 광주리에 5천 원, 한 박스는 2만 원에 팔고 있었다. 시금치 등 푸성귀도 한 광주리에 2천 원씩 팔고 있었다.



IMG_6762.JPG 꽃을 든 남자 전홍표


오늘도 전홍표 창원시의원을 만났다. 번개시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분이다. 오늘 그는 꽃을 사고 있었다.


나도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긴기아난이라고 하는데, 덴드로비움과 비슷한 종인듯 하다. 이건 좀 비쌌다. 1만 5천 원.

IMG_6768.JPG 긴기아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업급여 신청을 위한 사전절차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