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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을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 #새벽출정

<새벽출정> 송철순의 어머니와 사서교사 백진솔 선생의 어머니

by 김주완

1989년 발표된 방현석 소설 <새벽출정>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인천 세창물산 노동조합에서 파업투쟁을 주도하던 여성노동자 송철순의 고향 집에 회사관계자와 형사가 찾아간다. 고향 집에는 병환으로 거동을 못하고 누워있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보살피는 어머니가 있다.


회사관계자는 철순의 어머니에게 "지금 따님이 빨갱이들 꼬임에 넘어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선동하고 있으니 딸을 구하고 싶으면 빨리 데려가라"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이고! 그년이 왜 그런 짓을?" 하며 그들을 따라 나서려 한다.


그때 방안에 누워있던 아버지가 고함을 빽 지르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우리 딸을 믿나? 아니면 생전 처음 보는 저 사람들을 믿나?"


소설 원본을 찾지 못해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내 기억으론 이 대목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었다.


이어 딸 송철순이 파업투쟁 과정에서 현수막을 달기 위해 공장굴뚝에 올라갔다가 실족해 죽는 일이 발생한다. 청천벽력 같은 딸의 죽음 소식에 병원 영안실로 달려간 어머니는 한참을 울고 난 후 따라간 철순의 남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집에 가서 쌀 한 가마니 가져와라. 철순이와 함께 싸우던 동료들도 먹으면서 싸워야 할 것 아니냐."


그리곤 장례를 독촉하는 회사관계자들에게 이를 악물고 이렇게 소리친다.


"우리 딸이 요구하던 것 다 해줄 때까진 안 돼!"


나는 이 대목에서 두 번째 눈물을 쏟았던 기억이 있다.


부산 백산초등학교 사서교사 백진솔 선생이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교통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경찰이 꺼둔 상태였다고 한다.

또한 백진솔 선생은 사서교사로 생활하는 동안 여러 가지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백진솔 선생의 어머니도 그렇게 외친다. 잘못된 교통행정과 교육행정 문제를 해결하라고. 이게 해결되지 않고선 딸을 보낼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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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석 #새벽출정 #백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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