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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기계고객 시대의 해법…'가장 인간적인 것'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 10월 칼럼

by Maruchi

기계고객(Machine Customer)과 생성AI 최적화(GEO) 이야기를 다뤘다.

앞으로 많이 등장할 주제가 될 것 같다.

machine_customer_01.png 나노바나나를 활용해 만들어본 'Machine Customer' 가상 이미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2009490002095


- 이미 시작된 '비인간 경제' 시대
- 사회 근본을 흔드는 '기계고객'
- '본질 추구'에서 해답을 찾아야


직장인 김 대리가 퇴근하며 저녁을 주문한다. "오늘은 많이 피곤하네. 평점 좋고 조금 매콤한 한식으로 추천해줘." 'AI 비서'는 그의 취향을 분석해 세 곳을 추천한다. 김 대리는 고르기만 하면 된다. AI의 필터에 걸러진 수많은 식당들은? 그 순간 존재감을 잃어버린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첫 고객은 김 대리가 아닌 'AI 비서'란 점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이를 '머신 커스터머(Machine Customer)'라 부르며 '비인간 경제'의 도래를 알렸다. 액센추어는 '알고리즘 고객(Customer as Algorithm)'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AI 대리고객(AI Proxy Customer)'이라 칭한다. 용어는 달라도 핵심은 같다. 사람을 대신해 구매 결정하는 기계가 새로운 경제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가트너는 기계고객 숫자가 현재 약 30억 개, 2030년에는 80억 개까지 늘 거라 전망한다. 가상비서와 커넥티드 카, 스마트 팩토리 등이 잠재고객이다. "인간 고객을 만나려면 그의 AI, 즉 기계 고객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고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조언도 쏟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 환경도 뒤흔든다.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한 SEO(검색 엔진 최적화)의 시대가 가고, 생성 AI의 답변에 우리 서비스가 추천되도록 만드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생성엔진 최적화)가 중요해졌다. GEO의 핵심은 AI가 신뢰할 수 있는 '맥락'의 제공이다. "맛있다"는 단편적 리뷰보다 "5살 아이도 잘 먹는 순한 맛" 같은 구체적 경험을 담는 등 콘텐츠 재정비가 필요하다. AI검색 엔진이 우리 사이트의 정보를 쉽게 읽고 활용하게끔 '스키마 마크업(Schema Markup)' 등 기술적 조치도 중요하다.


물론 그림자도 짙다. 기업은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 종속'을 걱정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계 고객'은 우리 사회 전체에 더 근본적 숙제를 던진다.


첫째, AI의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계'를 위한 새로운 소비자보호법 논의가 시급하다. 둘째, 거대 플랫폼이 자사 제품을 우대하는 '알고리즘 게이트키핑'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공정 경쟁을 위한 새 규제가 필요하다. 셋째, 데이터에 내재된 편견을 학습한 AI가 차별을 고착화할 위험은 없을까?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고성능 AI를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간의 'AI 격차' 심화도 해결 과제다.


해답은 본질에 있다. 기계 고객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기업은 GEO 관점에서 비즈니스 재점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결국 '인간 고객'을 향해야 한다. AI의 추천을 받아 찾아온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훌륭한 제품과 진심 어린 서비스, 이 본질이 쌓은 '진짜 평판'이야말로 어떤 AI도 무시 못 할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AI 비서의 까다로운 필터를 통과할 준비가 필요하다. 나아가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진짜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기계 고객 시대의 생존법은, 가장 기술적인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곳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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