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차 결승 보고난 후의 감상 메모.
(매우 약한 스포 있음)
요즘 숏폼이나 짤이 많으니, 스포 당할까 걱정돼 귀가하는대로 바로 정주행했는데도... 당하고 말았다. 쩝.
(마지막화 보기 직전, 우연히 페북에 눈길 갔고 누군가 스토리에 우승을 축하한다며 그 요리사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았다. 헐... 공개된지 세시간 정도 밖에 안지났는데.. 어떻게 절묘하게 이런 타이밍에..ㅠ 암튼 뉴스는 다 나와 있지만 그래도 이 글은 가능한 스포 줄이고 시청소감 메모)
1. 요리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이지만, 워낙에 실력은 뛰어난 쟁쟁한 인물들이다. 결국 아이디어와 설득의 힘 겨루기다.
2. 출연자들간의 아이디어 전쟁은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제작진의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이 곳곳에 깔려 있다. 대결의 규칙과 진행의 순서 등을 정하는 것부터 마무리 편집까지 서사의 완성을 향해 온전히 집중하고 있어 보인다. 이게 설득이 안되면 전체 콘텐츠가 부실해지게 마련인데 끝내 성공한 느낌이다.
3.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흑백팀전 결과 발표 장면이다. 시즌1 출연자들이 심사결과 발표 장면이 무척 쫄깃했다. 'All or Nothing'의 규칙에 몰입감을 줬지만 발표 순서가 절묘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갔겠지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이모카세님 발표가 승패를 가르게 됐고 다음 회차로 연결하는 악마의 편집이 가능하게 됐다. 단순 편집의 수정이 아니었고 현장 진행과 리액션 모든 게 맞아들어갔다. 운까지 따랐던 셈이다. 결승 회차에서도 몇가지 장치가 돋보였는데, 이는 스포방지 차원에서 입꾹.
4. 백종원 리스크와 콘텐츠 살리기 : 시즌2 촬영 후에 백종원의 논란이 불거졌고 방송중단 선언까지 이어졌다. 제작진이나 넷플릭스는 낭패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다행히 잘 커버가 된 듯 하다. 일단 손종원과 요리괴물, 임짱 임성근, 후덕죽, 박효남, 아기맹수 등 출연자들의 흡인력이 컸다. 또 편집에서 나름 최소화를 했다. (두 명의 심사평을 모두 다루면서도 간간이 백종원은 오디오만 살리고 화면은 다른 이미지로 채우는 식의 애쓴 흔적도 보인다)
5. 안성재와 '권위' : 역시나 이번에도.. 안성재는, 신선한 발견이다. 나이를 따지고 그걸로 권위를 내세우던 기존의 익숙한 풍경 없이 실력에 기반하면서도 좋은 태도로 참신한 '권위'를 시전한다. 권위의 실종시대에 귀한 롤모델 하나로 여겨진다. 미슐랭 3스타란 간판이 있긴 하지만 티내지 않는 게 반듯해 보이고 내용도 군더더기가 없게 느껴진다. 후덕죽이나 임성근, 박효남 등 고령의 대선배들을 대할 때도 예의를 갖추면서도 단호하게 평가한다. 출연자들 또한 캐릭터로 소비되는 속에서 과장이나 억지가 좀 있어보이긴 하지만, 나이나 경력으로 권위를 드러내려는 구태의연함이 없어 좋았다.
6. 결승 이야기 하나만.
두 쉐프가 대결에 임하는 각오를 한마디씩 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은 "인정받고 싶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허상을 깨고 싶다"고 밝혔다. 둘 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여서 고개는 끄덕여지지만, 사실 이미 거기서부터 승패가 갈리는 기운을 느꼈다. 한 사람은 대결의 링에 올라가는 권투선수 같다면, 다른 이는 험한 주방과 산사의 선방을 오가는 수도자 같이 보였다. 결말을 완성시킬 서사가 누구에게 어울리겠는가.
7. 편성권력의 이동
방송은 국민생활 시간대를 디자인하는 힘을 행사해왔다. 저녁 6시쯤엔 생생한 맛집정보가 궁금하고 8시쯤엔 뉴스가, 10시 전후엔 드라마가 당기지 않는가. 그 편성권력으로 TV앞에 사람을 불러들이고, 프라임타임을 만들어 알찬 광고 수익을 올리고.. 다음날 점심때 수다시간까지 점유해왔다.
8. 그런데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가면서 그 힘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전면적이지는 않다... 이를테면, 수요일 밤 10시반은? '나쏠' 같은 식으로.^^)
9. 요즘은 OTT들이 편성실험으로 일정한 시간대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권투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한다. 최근 한달사이 흑백요리사도 큰 기여를 했다. 화요일 오후 5시엔 흑백요리사가 생각나게 만들었다. 이런 힘은 광고모델 및 수익 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0. 광고와 돈 이야기.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에서 안 보이거나 덜 보이는게 있다. 안 보이는건 촬영 장비나 스탭이다. 덜 보이는 건 PPL이다.
11. 일단, 요새 예능 촬영때는 출연자 숫자만큼의 카메라는 기본이고 거치 카메라가 몇개나 더 붙는다. 흑백요리사는 스튜디오 사이즈도 크고 출연자가 너무나 많다. 그 장면과 오디오를 다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스튜디오엔 출연자와 심사자만 보인다. 불가피 레일 위에 거치한 무빙 카메라 한두개가 보일 뿐. 주방기구나 식재료가 갑자기 바닥이 열리고 올라오질 않나.. 모든 게 깔끔하다. 모두 돈의 힘이다.
12. PPL이 없는 건 아니다. 막판에 시선 집중되는 회차에 비비고와 한샘이 참 '겸손하게' 등장한다. 방송가의 PPL 노출과 너무 비교될 정도로 점잖다. 넷플릭스의 자본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국내 기준으론 제작비가 엄청나고 손익계산이 어렵겠지만, 어차피 글로벌 시장용이라 시작부터 남는 장사일 듯.(마지막 회차에서 녹색 소주병도 등장한다. K-Food에다 K-Drink 등의 확산 측면에서 충분히 큰 이득도 따라붙긴 할 듯)
13. 넷플릭스, 2016년 한국 상륙한 뒤 이제 10년째다. 유튜브 못지 않게 미디어 지형도를 뒤흔들어 놓은 중요한 플레이어다. 오징어게임 같은 카운터 펀치도 있지만, 피지컬 100이나 흑백요리사 같은 잽도 대단한 위력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