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 성과에 대해 시사주간지 Time이 분석기사를 내놨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39)과 마크 톰슨 CEO(BBC 사장 출신)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포함한 각고의 노력 끝에 디지털 독자가 470만명에 달하는 등 알찬 결실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까지 1,000만명을 목표치로 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중앙일보에서 위 기사를 다뤘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과 관련, 제목처럼 그 비결에 대해 세 가지를 꼽았다.
1) 콘텐츠 아닌 저널리즘
2)투자에 인색하지 않다
3)실패로부터 배운다
인상적인 대목은 첫번째 항목.
설즈버거는 디지털 시대에 뉴스는 ‘콘텐츠’가 아닌 '저널리즘'이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I actually hate the word content. It's a word for junk... the junk you shovel into Facebook."
"What se do is journalism"
사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 노력은 역사가 길다.
90년대 후반, 몸담고 있던 언론사에서 뉴욕타임스 스터디를 포함해 뉴미디어 전략을 고민하는 TF를 꾸렸는데 기에 참여했었다. 그때 보고서 작업을 하면서 접했던 뉴욕타임스의 'Continuing Desk'가 인상적이었다. 편집국과 닷컴을 연계하는 중간조직이었다. 신문사의 꽃은 편집국이고, 닷컴은 부차적인 지원부서로 여겨지던 무렵이었다.(이런 풍조는 국내에선 아직도 여전한 느낌마저 있다)
뉴욕타임스는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중간 조율 조직을 두었던 것. 속보 위주의 닷컴 서비스가 자칫 저널리즘의 품질을 저하시킬지 모르는 우려를 해소하는 방책으로 이해됐다. 이후 국내 언론사들에서도 유사한 조직을 도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2001년 가을 언론사를 관두고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NYT의 디지털 담당 자회사인 NYTD대표의 특강을 들은 적 있다. 당시 NYT는 닷컴 통해 슬라이드쇼를 도입하는 등 정보 전달에 있어 뉴미디어 접목을 한창 꾀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특강에서 그 대표는 MS와 '전자 신문' 프로젝트(톰 크루즈 나왔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등장했던 그 전자신문과 같은 모델)를 진행중이며 TF규모는 4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플젝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진 못한 듯 하다.. 그때 매주 목요일 발행되던 IT섹션은 수업시간에 보조교재처럼 자주 활용했을 정도로 유용했던 기억이 난다. 종이신문 구독 경험도 좋았다. 특히 두툼하고 내용도 풍성한 Sunday Magazine은 참 부러웠다. 다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한 우려는 자주 거론됐던 걸로 기억한다.
2008년 인터넷 포털에서 근무하던 당시, 온라인 뉴스 생태계 발전전략 모색 차원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온라인 뉴스 현장을 탐방한 적 있었다. 그때 새로 지은 뉴욕타임스 건물을 방문했고, NYTD의 부사장을 만나 인터뷰했었다. 그때 들은 인상적인 얘기.
"우리는 구글에 광고를 합니다. 좋은 기사를 많은 이에게 알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구글 통해 정보를 많이 접하니 거기서 광고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구글이 경쟁상대라고 제쳐두기만 하는건 어리석다고 봅니다" (구체적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이러한 취지의 이야기가 무척 신선해서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14년과 2015년, 포털 근무 막바지와 창업 초기 시절이었다.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를 접하게 됐다. 세계적으로도 그랬지만 국내에서도 무척 화제가 된 바 있다.
A.G. 설즈버거가 주도했다는 이 보고서에서는, 수용자 확대(발견/ 프로모션/ 연결)와 뉴스룸 강화(Digital First/ 전략 로드맵 마련) 등 2가지 핵심 축 위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을 제안하고 있다.
여러가지 인상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디지털 혁신 성과를 다룬 기사를 보다보니 2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기사 마감하고 일 끝난게 아니다. 그때부터 기사가 독자를 만나기 시작한다. 소셜 통해 전파하고 독자와 대화하자"는 대목.
그리고 두번째는 '정원에서 잡초를 솎아내야 한다'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많이 와 닿았다.
실패에 대해서 우리가 들었던 가장 냉철한 통찰은 ‘클리어 채널57’의 CEO 밥 피트만(Bob Pitman)이 들려준 것이다. 그는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쓸모 없는 아이디어들이 단순히 관성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새로이 시도한 열 개 중 두 개 정도는 확실히 성공했고, 두 개는 확실히 실패했어요. 그 말은 그 사이에 여섯 개가 있다는 거죠. 이것 가지고 뭘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확실히 실패한 것들을 빼고는 모두 유지하죠. 시간이 지나보면 중간에 있던 애매한 것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신에 그것들이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죠. 혼란스럽고, 불투명합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오래지 않아 사실상 평범하고 쓸모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승리한 것들만 남겨두고, 나머지 여덟 개에 투입했던 자원을 빼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조직을 활기차게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죠.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어떤 서비스가 진정으로 성공적인가?”
NYT 의 혁신과정에서 배울 점은 여러모로 많을 것이다. 발행인부터 절박한 의지를 갖고 저널리즘을 향해 끊임 없이 각고의 노력을 한 것부터 인력 감축을 하면서도 우수 인력을 챙기고 디지털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간과하면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있다. 20년 남짓 개인적으로 직간접적인 목격에서 느끼는 부분인데, 바로 힘든 고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중단없이 혁신의 노력을 이어온 점이다. 혁신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