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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uchi Apr 04. 2020

[되새김질] 코로나19와 역사의 전환점 - 존 그레이

코로나19 위기가 역사의 전환점인 까닭(John Gray, 04.01)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변화가 전망되고 있다. 

우연히 접하고선, 차근차근 정독했다. 되새김질 하게 되는 글이어서 브런치에 메모성 기록까지 한다. 


NewStatesman의 수석 북리뷰 전문가 존 그레이가 4월1일자에 기고한 글.

원문은 여기다. 


역시나 친절하게도, 한 블로거께서 (BBC 한국어판의 기자이신 듯) 전문을 번역해서 공유해 주셨다.


1. 세계화는 끝났다. 이제 탈세계화의 시대가 온다!

  - 전 세계에 걸친 생산과 길다란 공급망에 의존했던 경제체제는 이제 덜 연결된 체제로 바뀌고 있다.

  - 우리 삶은 이전보다 물리적 구속을 받기 시작했고 보다 가상화되고 있다. 

  -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 억제와 경제를 망가뜨리는 것 사이의 좁은 길을 통과하려고 애쓰고 있다. 

  - 그런데 여럿이 실패하고 무너질 것이다. 

  -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2. 자유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은 망가졌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겨우 짜깁기로 유지해온 경제체제의 치명적인 약점을 바이러스가 드러냈다.

  - 자유주의는 기존 정치사회적 근간을 해체하는 대신 물질적생활수준 상승 약속으로 대체하는 실험이었다.

  - 이제 바이러스 억제책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셧다운을 수반한다. 

  - 물론 이는 한시적이고 경제 재활은 되겠지만 이후의 세상은, 각 정부가 글로벌 마켓을 경계/제한할 것이다.

  - 의료장비와 민감한 부문의 생산은 국가안보의 일부로 여겨지고, 중국 등 외부 말고,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 각국 국경은 견고해질 것이다.  사람들 이동이 줄고 항공산업은 위축될 것이다.

  - 이제 각 정부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작은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기 어려울 것이다.

   

3.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

  - 녹색사상가들이 제시하는 한가지 답은 '정체상태 경제'다(존 스튜어트 밀, '정치경제학원리'-1848)

  - 생산과 소비 증대는 더이상 지상목표가 아니다. 인구 증가는 억제된다. 

  - 동시에, 중앙집권의 폐해를 감안할때 경쟁이 장려되는 시장경제를 지향하며 기술혁신 또한 지속될거다.

  - 다만 비현실적 측면도 있다. 성장의 종언을 강제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권위체가 없고, 공조도 어렵다.

  - 기후위기만 고려하더라도 경제적 확장은 무한정 지속가능하지 않다. 

  - 그러나 양극화에다 계속 늘어나는 인구, 격화되는 지정학적 대치 속에 제로성장 또한 지속가능하진 않다.

  - 만약 성장의 한계가 마침내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가장 중요 목표로 삼아서 일거다.


4. 코로나 바이러스와 지정학적 변화

  - 팬데믹은 지정학적 변화를 갑작스럽게 가속화시켜냈다. 

  - 유가 폭락 등은 이란과 사우디를 위협하고, 걸프의 붕괴를 예고하기도 한다.  

  - 반면 동아시아의 약진은 계속될 것! 대만 한국 싱가폴 등 대응 잘한다. 탈세계화도 잘 적응할게다.

  - 중국은 다소 복잡! 은폐와 불투명성은 고질적. 그러나 시진핑정권은 감시국가 확장의 수혜도 얻었다.


  - 유럽연합은 본질적인 약점 드러냈다. 연합이, 국가가 갖는 보호기능을 다할 수 없는게 근본적 결함이다.

  - 이를테면, 이탈리아 구제 위해 재정 부담을 공동부담할 수 있을까? 독일과 네덜란드는 거부의사 밝혔다.

  - 그리고 이동의 자유는 이미 사라졌다. 터키는 난민의 자국 통과허용 카드로 유럽연합을 협박하고 있다.

  -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면, 모양새만 허깨비처럼 유지될 뿐 각 정보는 극우파가 장악해 나갈 확률이 높다.


  - 러시아의 유럽 영향력은 점차 늘어날 것! 유가전쟁에서 승기 잡은 푸틴은 에너지대국 지위를 굳히려 한다.

  - 미국의 트럼프는 바이러스 대응보다 경제부양이 더 관심사다. 그런데 증시폭락과 실업률이 무척 심각하다.

  - 트럼프의 2조달러짜리 부양책은 또다른 기업구제금.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선 국민 지지가 늘었다. 과연?

  - 트럼프 재집권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의 지위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바뀌었다.


5. 전염병과 세계의 역사

  "새 기생체가 평소 생태환경 벗어나 밀집된 인간군체를 파괴적인 떼죽음에 노출시킬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 윌리엄 맥닐이 1976년 역작 '전염병의 세계사'를 통해 강조한 얘기다.

  - 세계화 진행과정에서 감영병 전염의 위험 또한 증가했다.

  - 1918~20년의 스페인독감은 항공교통 없이도 글로벌 팬데믹이 됐다.

  - "때때로 발생하는 재앙에 가까운 전염병이 창궐해 일상을 급작스럽게 예측불허로 침범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역사적인 설명이 가능한 범주의 바깥에 있다"(맥닐)


  - 그럼에도 팬데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관념은 건재하다. 

  - 여기에는 인간은 자연세계 일부가 아닌 분리된 자율적인 생태계 창조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 코로나19는 이런 관념이 잘못됐다고 질타하고 있다. 

  - 우리가 미래에 덜 취약해지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놓고 항구적인 변화를 모색하는게 불가피하다.


6. 일상의 변화와 진보의 아이러니 

  - 우리의 일상은 이미 변했다. 지구에서 인간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 기술은 우리가 현재의 극단적인 상황에 적응하는 걸 도울 것이다. 

  - 사이버공간의 백업과 가상 공동체들이 도움줄 것이다. 사무실과 학교 등 업무시설은 큰 변화를 겪을게다.

  - 팬데믹이 잦아들면 사람들은 서로 축하하겠지만, 감염 위협이 언제 끝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 사이버 공간은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손상 또는 파괴될 수 있는 인프라에 의존한다.

  - 인터넷은 과거의 전염병들이 가져왔던 정도의 격리, 소외를 피할 수 있게 한다.

  - 그러나 이것이 인류로 하여금 필멸하는 육신을 벗어나거나 진보의 아이러니를 피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 바이러스가 말하는 건 '진보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진보가 스스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

  - 가장 명백한 사례를 들자면, 세계화가 탈세계화를 낳았다는 점이다.

  - 세계화는 상당한 성과를 창출했다. 수백만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 성과는 이제 위협받고 있다.

  - 현재 진행 중인 탈세계화를 낳은 것은 바로 세계화다.


7.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의 재부상 

  - 생활수준이 영원히 증대하리란 전망이 사라지면서 권위와 정당성에 대한 뒷받침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 통상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은 역사적으로 오남용 사례가 넘치며 진보에겐 혐오의 대상이었다.

  - 그러나 국민국가는 점차 대규모 행위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 방역이란 보편적 인류를 위한 대의로는 동원되기 어렵고 동원되지 않을,'집단적 노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 물론 자원봉사처럼 이타적 노력도 있다. 하지만 난관 극복시 인간의 공감능력에만 기대는건 현명치 않다.


  - 여기서 보호자로서의 국가가 등장한다.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는, 정부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압도했다.

  - 팬데믹이 정점을 지난 후 사람들이 얼만큼 자유를 돌려받기 원할까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다.

  - 어쩌면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생체감시의 체제를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 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는데는 더 많은 국가의 간섭을, 그것도 매우 창의적인 종류의 간섭을 필요로 한다.

  - 각국 정부들은 과학연구와 기술혁신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 국가의 규모가 더 커지진 않더라도 그 영향력은 널리 퍼질 것이며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간섭적일 것이다.

  - 포스트 자유주의 정부가 근미래에는 새로운 규범이 될 것이다.


8. 포스트 자유주의 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 자유주의 사회의 취약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자유주의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보존할 수 없다.

  - '공정'과 '개인의 자유'가 여기 포함된다. 개인의 자유는 그 자체로 정부 견제에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 그러나 개인의 자율성이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구라고 여기는 이들은 인간 심리에 대해 무지한 셈이다.

  - 기실 누구에게나 안전과 소속감은 자율성 못지 않게 중요하며 심지어 그보다 중요할 때가 더 많다.

  - 사실상, 자유주의란 이러한 사실을 체계적으로 부인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 격리의 이점이란 새롭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 마음 속에서 잡다한 것들을 치우고 변화된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 지금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시기를 거치는 동안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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