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기사에서 2017년 언론보도를 떠올리고 쓴 메모
'디지털 주홍글씨' 논의를 한 적 있다.
10여년 전쯤, 포털에서 일할 때였고 미디어를 전공하는 교수분들과의 자리였다.
언론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잘못 보도했을 때,
디지털공간에서는 빠른 확산전파로 인해 피해가 금방 생겨나고,
차후 오보로 판명되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더라도 이미 현재화되어버린 그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었다.
당시 논의 중에, 어느 교수님이 뉴욕타임스 사례를 소개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NYT는 오보를 바로잡는데 있어, 종전의 해당 기사 페이지에 사실관계를 업데이트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얘기였다. 이를테면 살인자로 누명을 쓴 이가 있고 긴 재판 끝에 누명을 벗더라도 훗날 자식세대가 검색을 한다 치면 예전의 살인자로 낙인찍힌 기사가 더 많이, 더 먼저 나올 것이고 그걸 일일이 누가 해명해주지 않으니 그대로 오인될 확률이 크다. 그래서 새로운 기사를 제대로 보도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해당 기사 페이지를 업데이트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발생 기사는 화급을 다투고 경쟁적으로 보도될 때가 많지만 사실관계가 바로 잡힌 얘기는 기사 가치를 크게 평가받지 못하는게 언론계 현실이다.)
'디지털 주홍글씨'를 갑자기 떠올리게 된 건 이 기사 때문이다.
https://ccnews.lawissue.co.kr/view.php?ud=2020051416445914889a8c8bf58f_12
링크된 건의 사례에서,
1차적으로는 그 아들까지 마구잡이로 공격을 했던 의원들의 잘못된 행태를 (3년전 사건이고 시간이 제법 걸리긴 했지만) 법원이 단죄한 것이고 경종을 울린 의미가 있겠지만...
그 뒤에 가린 언론보도와 디지털 주홍글씨 효과에 눈길이 간다.
링크에서도 나오는 문구중에 원심 재판부가 '(학교 선도위원회) 회의록만 확인해보았더라면'이라고 지적한 대목이 아프게 다가온다.
비단 해당 의원들의 확인의무만의 문제일까. 언론들은 당시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취재하고 확인할 겨를이 없었을까... 등의 의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오늘 KBS 보도에서도 관련된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6&aid=0010835039
[재판부는 "국회의원으로서 관련 기관에 각종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언론사들이 어떠한 의혹을 확인된 사실처럼 보도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인용하여 발언을 할 때에는 그것이 진실인지를 스스로 확인하여 적어도 여론을 오도하지 않도록 사전에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주의할 의무가 있다"며 "그 의혹의 대상이 공론의 장에 전면적으로 나선 공적 인물이 아닌 그 자녀이고, 그 의혹의 내용이 당사자에게는 매우 수치스러울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 검증을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전에 검증을 철저히 하는 등 주의할 의무'! 많이 보던 문구다.
'저널리즘의 (10대) 기본원칙'에서 가장 먼저 강조되는 내용.
1. 저널리즘의 첫번째 의무는 진실에 관한 것이다.
2. 저널리즘이 가장 충성해야할 대상은 시민이다.
3.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확인의 규율이다.
앞부분만 살펴도 충분하다.
디지털시대, 언론이 더더욱 유의해야 할 원칙이라고 본다.
더불어, 뉴욕타임스의 사례처럼 디지털시대의 오보 바로잡기 방식 등 피해 시민의 구제와 언론의 신뢰 강화를 위한 자구책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