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content, 한글로는 콘텐츠가 맞는 상황
간만에 여유롭던 주말 한나절이 훌쩍 날아갔다.
'콘텐츠' 때문이다.
어디선가 제목에 콘텐츠를 넣었는데 영어표기에 contents로 써 놓은 걸 봤다.
워낙에 찜찜하던 부분이라, 검색을 제법 해봤다.
구글 검색에서 찾은 사이트. 기본적인 의미를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content는 불가산명사(Uncountable Noun), 즉 셀 수 없는 명사로 책이나 연설처럼 아이디어와 같은 창작물을 뜻한다. 반면 contents는 복수형의 가산명사로 이를테면 가방 등 특정 용기나 그릇(container) 안에 담겨 있는 내용물들을 칭할 때 쓰인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것은 책에서 목차를 의미할 때다.
네이버 검색에선 블로그가 앞에 나온다.
한국 국민 99%가 틀리는 영어표현이라고 지적한 아래 블로그다.
영어로는 content가 맞고, 한글로는 콘텐츠가 맞다고 설명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papu2004/221088556047
필자도 사실 이렇게 쓰고 있다.
정리하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창작물이나 저작물 등 추상적 개념의 내용물을 지칭할 때 쓰는 '콘텐츠'는 content다. 복수형 contents는 보통 (책이나 보고서의) 목차를 의미한다. (Table of Contents 처럼)
사용 예시를 보자.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등 공공기관들도 대체로 영문 표기에는 content를 쓴다.
그런데 일부 기관은 '콘텐트 협회(content association)' 등의 표기를 하거나 콘텐츠협회(contents association)으로 쓰기도 한다.
마구 혼용되고 있는 셈이다.
애매하고 난감한 상황이다.
'content'를 주로 쓰는데 한글 표기는 콘텐츠로 써야 하니...
그럼 왜 content를 '콘텐트'로 쓰지 않고 '콘텐츠'로 쓰게 됐을까?
위 블로그 글에 요런 대목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1999년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공동위원회에서는 '콘텐트'가 아닌 '콘텐츠'를 표준 표기법으로 선정해 버렸다"
해당 위원회를 운영중인 곳은 국립국어원이다.
국립국어원 사이트를 찾았다.
'참여'섹션에 질문 및 상담 게시판이 있다.
'콘텐트가 맞나요? 콘텐츠가 맞나요?' 질문이 꾸준하게 올라와 있다.
답변을 살펴보니 국립국어원에서는 content는 한국에서 contents로 굳어졌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그래서 결국 영어로는 'contents', 한글로는 '콘텐츠'가 맞는 표기라는 말이 된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82498
대충 요 대목에서, 검색을 멈췄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contents)로 굳어진 것으로 판단됩니다'라는 설명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근거가 무엇일까 궁금함이 남는다. 궁금한 걸 해소하려고 폭풍검색을 했는데, 다시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자장면-짜장면' 못지 않게 일상적으로 많이 쓰고 혼동하는 표현이다.
그냥 'content-contents'를 '콘텐트-콘텐츠'로 매칭해서 표기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일단 현재로선 'content - 콘텐츠'로 표기하는게 최선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