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왓슨 전시회, 히치콕부터 잡스까지의 작품들
왓슨 전시회(한겨레신문 주최), 3월말까지인 걸 알다보니 마음만 급하다가,
마침내 봄볕 맞으며 다녀올 수 있었다.
알버트 왓슨,
1942년생인데 80대인 지금도 뉴욕에서 현역 활동중이시란다.
가장 관심 갔던 사진은 '스티브 잡스'였다.
작은 방 하나를 잡스 사진작품 전시에 할당했다. 들어서는 입구 좌우로 사진과 함께 촬영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영상을 상영중인 디스플레이가 걸려 있다. (참, 이번 전시회에는 영상 디스플레이 아래에 다양한 마샬 스피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친숙한 액톤과 스탠모어 모델은 물론 그 보다 더 크고 작은 예쁜 스피커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운데 공간은 프로젝터로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차지했다.
사진 촬영 당시, 왓슨과 잡스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벽면에 따로 소개를 해줬을 정도다.
프로젝터로 보여준 이미지들은 '작품'을 길어올리며 찍었던 여러 컷들이었다. 그 속에서 반가운 장면이 있었다. 웃음짓는 '스티브'.
이 웃음은 어떤 웃음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빙긋]
- 부사. 입을 슬쩍 벌릴 듯하면서 소리 없이 거볍게 한 번 웃는 모양.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렇게 나온다. '거볍게'는 '가볍게'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막상 찾아보니 '거볍다'는 단어도 있긴 하고 유관한 뜻을 가졌다.. ㅠ
스티브 잡스가 운명을 달리하던 날, 왓슨은 애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진 때문이었다. 애플 홈페이지에 올린 스티브 잡스의 부고 알림에는 왓슨이 찍어낸 그 작품이 들어 있었다.
스티브 잡스 사진 못지 않게 공들여 전시한 작품이 몇 개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찍은 작품. 사진을 보기까지 몇 개의 문을 거쳐가게끔 공간을 구성했다. 이 작품 이전까지 많은 습작과 고민, 노력이 축적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왓슨은 30대초반인 1973년 겨울에 앨드리드 히치콕 감독을 찍은 이 작품과 함게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고 한다. 하퍼스 바자의 크리스마스호에 실릴 이 사진은 원래는 거위요리를 하는 요리사 컨셉으로 촬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왓슨은 히치콕 감독과 어울리는 컨셉을 고민하면서 이런 모습을 제안했다고 한다. 털은 다 뽑히고 크리스마스 장식 리본을 단 거위의 목을 쥐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히치콕 감독, 결과는 대성공이었던 셈!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여러 작품들이 꾸준히 이어졌다.
1981년 롤링스톤즈 표지에 오른 잭 니콜슨. 왓슨의 '영화 속 눈 장면 재현' 주문에 잭은 흔쾌히 30분을 그대로 앉아 눈을 맞았다고 한다. 온통 눈덮인 세상이라 자연광 외에 다른 조명은 필요 없었다고. 1986년의 마이크 타이슨 사진도 절묘하다. 권투선수의 힘은 목에서 나온다는 말을 기억하고 땀방울 맺힌 목에 초점 맞췄다는 게 설명이다.
이외에도 스코틀랜드 개울가에서 사진 촬영하면서 설명하는 다큐영상이라든지(빛을 잘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도 실감나게 다가왔다), 빨간 색 방을 따로 구획해서 전시한 감각적인 누드 사진들이라든지, 그의 스튜디오를 재현해 둔 공간 등... 볼거리가 제법 풍성했다.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입체사진 느낌주는 굿즈를 하나 샀다.
전시회 가기 전, 병원에 들렀을 때도 의사선생님의 '빙긋' 웃음에 안도하고 감사했었는데... 묘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