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이용자'에서 '쓰고 읽고 소통하는' 참여자로의 변화, 가능할까
Daum에서 댓글을 '타임톡(beta)'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름이 시사하듯 '실시간 소통'에 방점을 뒀다. 그간의 추천순 공감순 등과 비교할 때 큰 변화다.
개편안의 핵심은 2번 항목이다.
[24시간이 지나면 타임톡은 종료됩니다]
"타임톡은 이용자가 기사를 소비하는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사 내용에 부합하는 대화와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타임톡은 24시간만 적용되며, 서비스 적용 시간이 지난 뒤에는 타임톡이 종료됩니다. 타임톡이 종료된 기사엔 댓글을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이 쓴 댓글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많은 고민이 깔려 있어 보인다. 사실 당장은 어색해 보일 것이고 불편을 토로하거나 비난하는 목소리도 제법 나올 것이다. '읽는 공간'으로 쓰던 다수의 사람들의 비판은 충분히 예견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서비스의 '시선'이 달라진 걸로 읽혀서 기대감이 생겼다. 그래서, 의미있는 시도로 보이며, 초기 진통을 넘어서서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몇가지 단상을 메모해 본다.
1. 그간 포털에서 댓글서비스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고,
클린 점수 도입 등 개선책을 강구하기도 했었지만,
유효한 성과는 적었다.
2. 댓글은 뉴스소비의 확장된 경험을 주는, 가치있는 서비스다.
악플 많기로 유명한 연예뉴스에 댓글을 아예 없앴더니,
'기사 읽고 댓글 없으니 허전하더라'는 반응이 많았다.
상호작용성을 맛본 상태에서 없어지니 그 가치를 체감하는 셈이다.
3. '연결의 시대'에 댓글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서비스라고 본다.
다만 '문화지체'가 심한 영역이고, 연구와 실험이 태부족하고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많이 미흡해서 문제라고 본다.
4.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Daum에서 '온라인 게시판'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외부 교수님들께 부탁해 함께 토론방을 설계하고 실제 개발과정을 거쳐 서비스에 접목했고 방대한 데이터는 물론 상당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가 동반된 서비스였다.
'중재자'가 있는 방과 없는 방, 라벨링(우수토론자) 유무 등의 실험처치를 통해 온라인 게시판의 품질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토론 참여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인식 및 평가를 알아보는 연구였다.
그 결과는 '읽기의 재발견 : 인터넷 토론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에 담겼다. (관심자께선 한번 살펴보시길! 소개글 - https://icr.snu.ac.kr/ko/board/thesis/view/272, 전문을 보려면 아래 국회도서관 링크 참조.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101940
5. 댓글공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현장의 관점에선,) 한줌의 슈퍼댓글러가 댓글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점유하다보니 과잉대표되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취약한' 공간이 됐고,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과 집단에 의해 공략대상이 되기도 했다.
앞서 논문의 제목에서도 엿보이듯, 상당한 참여자(이용자)들은 '읽기'를 통해 '여론기후'를 읽어낸다. 쓰기 보다는 읽기의 비중이 훨씬 크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읽는 대상이 소수에 치중돼 있다보니 '왜곡'의 우려가 큰 것이다.
6. 이번 개편에서 희망적인 대목으로 여겨지는 것은, 댓글 참여자의 속성에 있어 '읽는 자'로서의 비중보다는 '쓰는 자'로 다시 자리매김시키는 관점의 변화다. 24시간 후 사라지는 것 또한 이를 보강하는 환경적 장치로 읽힌다.
7. 처음엔 많이 어색할 수도 있겠고, 참여가 진작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제한적인' 서비스 공간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진 않다.
8. 하지만, 적어도 이런 시도는 계속 나와야 한다. 댓글공간이 주는 사회적 가치에 비해, 현재 서비스 주체들이 단순히 '댓글공간을 열고 닫는' 식의 단편적이고 수동적으로 대응해선 곤란하고 사람과 시간괴 비용을 좀 투자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응원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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