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에게 해피엔딩 Nov 04. 2022

늘 두렵고 설레는 혼자 여행하기

2. 스위스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공항까지의 여정

자유여행이다 보니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비행기, 숙소를 다 내가 예약했는데 비행기 출발이 12시 20분이다.(왜 그랬니 나자신아…)

그렇다면 공항에 9시까지 가야 한다는 얘기인데(해외여행이니까 3시간 여유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그렇다면 나는 집이 분당이니까 늦어도 7시 반에는 버스를 타야 하고, 그러려면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하아…

결국 출발 전날 서울 엄마 집에 짐을 챙겨 가서 다음날 엄마 집에서 출발했지만 그래도 기상은 새벽 6시.

얼마 만에 이 시간에 일어난 것인가. 백수가 된 이후로 이 시간에 눈을 뜬 건 정말 처음이다.

엄마가 서울역까지 태워주신 덕분에 편하게 미리 예매해둔 공항철도 직통 열차를 타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9시 5분 도착(공항버스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막힐 염려도 없고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요! 강추! 여행 앱에서 할인도 해줘요)

공항철도

비행기는 대한항공에서 예약했는데 직항이 없어 인천에서 밀라노까지 갔다가 밀라노에서 스위스 항공으로 갈아타는 여정으로, 환승 시간이 짧은 편으로 예약했더니 짐을 부쳐주는 대한항공 직원이 “환승시간이 너무 짧아서 짐이 다음 비행기에 안 실릴 수도 있다 “며 ”짐을 빨리 옮겨달라고 얘기는 해보겠다”라고 한다.

그… 그래서… 짐을 찾을 수는 있다는 건가요…

정 걱정되면 트랜스퍼하는 스위스 항공 직원에게 “내 짐이 잘 옮겨졌나 물어보면 된다”라고 한다.

저… 그러면 영어로 물어봐야 하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파파고’를 켜서 급하게 번역을 하고 외워본다.


취리히 공항까지의 여정

비수기라 그런지 자리에 여유가 있어서 나름 편하게 갔지만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기는 힘들고ㅠ 착륙 1시간 전쯤 이번엔 승무원이 나를 찾아와서 친절한 얼굴로 환승 시간이 짧으니 빨리 갈아타야 된다고 겁을 준다. 그러면서 밀라노에 내려 취리히로 갈아타는 사람이 나 포함 세 명 밖에 없다고 얘기하는데 가뜩이나 외로운 여행이 조금 더 외롭게 느껴진다.

다행히 비행기 연착도 없었고 생각보다 여유 있게 다음 비행기인 스위스 항공으로 갈아탔는데 그렇게 열심히 외워놓고 결국 내 짐이 잘 옮겨졌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밀라노에서 취리히까지 비행시간은 44분. 취리히 공항에 내려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가방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나랑 같은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다들 휴대용 가방만 들고 탔나 보다.

취리히 공항 가방이 나오길 기다리며

외롭게 혼자 가방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스위스에 도착했다는 설렘보다 설마, 혹시 내 짐이 안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계속해서 느낄 이런 나의 감정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글로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아마도 외로움, 두려움, 설렘, 벅참, 뿌듯함 그리고 가끔 황당함 등등 수많은 감정들이 되겠지.


취리히 호텔까지의 여정

10년 만에 취리히 공항역에서 취리히 중앙역을 가기 위해 SBB를 타러 가는데 뭔가 익숙하다. 10년 전엔 그렇게 헤맸었는데 10년이나 흘렀음에도 표 끊는 곳, 플랫폼 가는 길이 다 기억나고 익숙하다니 자랑스럽다.

취리히 공항에서 취리히 공항역으로

하지만 취리히 중앙역에는 잘 내렸는데 호텔로 가는 방향을 모르겠다. 구글 지도를 열고 일단 호기롭게 출발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구글 지도는 여러 가지 기능들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길을 찾는데 도움은 안된다.

네이버 지도에 익숙한 나는 결국 네이버 지도를 켜보지만 네이버 지도는 스위스는 하나도 모르나 보다. 지도가 백지로 나온다;;

결국 예전 기억을 되살려 방향을 틀어서 가다 보니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곳에 호텔이 있었고:)

취리히 중앙역

호텔방 입성까지의 여정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하아…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일케 말이 빠른 것인가…

알아듣기도 힘든데 말까지 빠르고 나도 빨리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대충 대답하고… 최악이다ㅋㅋ

게다가 내 방이라고 알려준 방에 올라가서 문을 여니 웬 남녀가 그 방에 이미 있고; 다시 프런트에 내려가서 물어보니 직원이 정말 많이 놀란 얼굴을 한다.

너도 그렇게 놀라는데 나는 어땠겠니…

결국 직원 하나가 올라갔다 오더니 뭐라 뭐라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고 방을 바꿔준다. 나는 이미 24시간을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라 피곤할 뿐이고, 그저 방에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을 뿐이고. 화가 날 여력도 없이 그저 내가 쉴 방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고.

가족들에게 무사히 도착했다고 카톡을 보내는데 한국은 아침 7시라며… 일어났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하루를 보내고 잠까지 자고 일어난 시간까지 난 한숨도 못 잤구나ㅋ

나는 과연 시차 적응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드디어 스위스에, 일단 취리히에 도착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면 계획적으로, 어쩌면 갑작스럽게 스위스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