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곱씹고
'개 주제에.'
솜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이다. 이 개놈이 개님 짓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불쑥 올라오는 생각. 개 주제에 사람 먹는 걸 탐내지 않나, 개 주제에 해달라는 것도 많고 말이야. 개 주제에 어디서 반찬을 달래? 사료나 먹지. 게다가 반찬 투정은 왜 이렇게 해? 주는 대로 먹지, 왜 개껌은 편식해? 아무 거나 감사합니다, 하고 먹을 일이지. 가려도 너무 가린다. 까다로운 개님.
개껌을 몇 번이나 실패했다.
이건 너무 질겨서 안 먹을래, 저건 냄새가 별로야, 양치용 껌은 제발 사오지마, 좀더 질긴 건 없어? 부서지는 것 말고 말이야. 특히 연어 맛이 난 좋더라. 자기 나름의 취향이 확실한 편. 애견 간식 온라인샵에 돌아다니는 리뷰에는 반드시 자기 강아지의 기호도에 대한 언급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각각 입맛이 달라 솜이에게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사는 족족 실패하다가 입맛에 맞는 걸 얻어걸려야 하는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산 제품은 솜이가 좋아하는 연어맛.
말린 연어가 밀크맛 소고기 막대기에 휘감겨있는 형태인데, 연어만 쏙 발라먹고 막대기는 그냥 돌아다닌다. 이것도 실패인가?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먹던 막대기를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오며가며 심심할 때마다 붙잡고 논다. 어떨 땐 쪽쪽 빨아먹고 대체로는 씹어먹으며 두고두고 음미하는데 지금 갖고 노는 게 벌써 사흘 째 된 막대기. 저걸 저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다. 밥 먹고 맛보고, 놀다 와서 또 맛보고, 자다 깨서 또 맛본다. 잊을 만하면 두리번거린다. 내껌 내껌, 하고.
자꾸 생각이 난다.
그냥 심심해서 먹는 게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좋아서 먹는 거다. 질기면 질길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오래 씹던 내 침 냄새가 뒤섞여 완전히 내가 녹아들어야 드디어 한 입 뜯어지고 비로소 작지만 더욱 어금니 깊숙하게 들어와 잘근잘근 씹힌다. 많은 개껌을 씹어봤지만, 이것처럼 생각나는 맛이 없다. 한 가닥 두고두고 오래오래 먹는 맛이 있다. 매일 놓치고 싶지 않은 맛이니까. 아구가 아프도록 곱씹게 되는 맛이니까. 이 질긴 걸 몸으로 소화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입으로 먼저 소화해내야 하는 맛이니까. 날 위해 좋은 재료로 만든 걸 주었을 테니까. 주인은 날 잘 알고 내 관절과 눈물에 딱 맞는 걸로 골라주었을 테니까.
시 1: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시 119:97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묵상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