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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가운 열정 Nov 12. 2021

[개묵상]_성장 중(1)

분별하도록 하라

솜이 사진을 보니 많이 컸다.

식구들과 둘러 앉아 함께 각자의 휴대폰에 담긴 솜이의 변천사가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진짜 많이 컸구나, 했다. 이제 10개월 차, 이 강아지는 곧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을 드디어 다 한 번씩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냐오냐 하면서 아직 어린 강아지 취급하며 안 가르친 것들이 너무 많다. 사실 어릴 때부터 잘 길들였어야 했는데, 귀엽다고 작다고 사랑스럽다고 그냥 내버려둔 것이 지금 와서 보니 조금은 후회스럽다. 잘 가르쳐둘 걸.




가장 못된 짓은 응가.

자꾸 패드 밖에다 굳이 한다는 것. 그리고 간식을 너무 자주 찾는다는 것. 코로나로 식구들이 모두 집에 있고, 각자 뭐든 먹고 싶을 때마다 쩝쩝거리고 다니니 이것저것 얻어먹고 주워먹는 버릇 때문에 큰일이다. 이젠 아무도 아무 것도 먹지 않을 때에도 먹을 걸 달라고 귀찮게 한다. 특히 바쁠 때에나 집중해야 할 상황일 때, 귀신 같이 알고 귀찮게 졸라서 결국 개껌을 얻어내고야 만다. 한창 이가 나고 또 유치가 빠지며 이갈이를 할 때엔 입질도 심했다. 뭐든지 물어뜯고 잘근잘근 씹어대는 통에 바닥에 함부로 물건들을 내려두지 못했다. 책등을 물어뜯어 놓고 종이는 다 잘게 찢어버리고 휴지도 마찬가지. 아들 장난감도 녀석이 얼마나 많이 망가뜨렸는지 모른다.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입으로 간을 보고 이빨 자국으로 제 것 인증을 하다가 엉덩이 찰싹, 피할 길이 없다.




그래도 한 가지 생긴 것이 있다.

바로 눈치. 이건 참 대단한 일이다. 눈치가 있다는 건 기준을 안다는 뜻이다. 진짜 무식하게 들이댈 때도 있다. 간식을 달라고 할 때나 산책 나가자고 조를 때, 때 아닌 상황에 귀찮게 놀자고 할 때, 자기 욕구가 강할 땐 눈치를 보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내놓으라고 난리.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보통은 사고쳤을 때이긴 하다. 운동화 끈을 물어뜯느라 현관에 쪼그리고 있을 때에도 흠칫 돌아보며 눈치, 쓰레기통에 코를 박고 탐구하다가도 순간 움찔 하며 눈치, 화분에서 늘어진 잎사귀를 입에 넣고 씹어보다가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쓱 스쳐지나가며 슬쩍 눈치, 빨래 더미 위에 몸을 던쳐 구르다가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잽싸게 후다닥 뛰어 책상 밑에 들어가서 눈치. 이것 봐, 뭐가 주인 뜻인지는 안다는 거지. 알면서 해보는 거, 걸리면 도망가는 거, 아닌 척 시치미 떼보는 거, 그래도 분별력이 생긴다는 거.




나도 눈치는 있다고.

주인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주는데, 주인이 날 이뻐해주는데, 그 정도 눈치도 못 챙기면 바보다. 나도 살아남으려면 주인이 원하는 걸 무시할 순 없다. 주인은 자기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양반이 아니다. 내 습성이 이래 놔서 자꾸 엄한 짓을 하고 싶어져서 문제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건 안다. 그걸 존중해 나가면서 나도 조금씩 자라갈 것이다. 주인이 하자는 건 죄다 좋은 것이니까. 주인이 하지 말라는 건 진짜 안 좋은 것이니까. 매일 주인의 폭풍 잔소리와 쓰담쓰담을 통해 나도 매일 눈치껏 배우면서 또 더 눈치가 생기고 있으니까.






롬 12:2.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벧후 3:18.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저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 영광이 이제와 영원한 날까지 저에게  있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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