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기없는 인생은 없는 인생

7%칠백식당

by 정휘웅

내 큰외갓집은 용산구 동빙고동에 있었다. 어린 시절 매일 이 길 앞을 지나고, 미군 기지에 착륙하는 헬리콥터를 자주 보곤 했었다. 오래간만에 용산으로 마실. 여기는 체인점이기는 하지만, 이 집 사장님이 마음씨가 좋으시고, 찬모님의 찬 솜씨가 좋아서 음식이 다 훌륭하다.


이렇게 연탄으로 나오는데, 일산화탄소를 약간 흡입하며 마시는 와인의 묘미는 대단하다(쿨럭... 그러다 간다..)


IMG_4935.jpg
IMG_4937.jpg
IMG_4938.jpg
IMG_4939.jpg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IMG_4941.jpg 육회인데 얼마전 먹은 뭉티기랑 거의 유사하다.
IMG_4947.jpg
IMG_4951.jpg 연탄불은 세지 않고 은근하게 익혀주어서 소 굽는데에는 제격인 것 같다. 굽쇠는 굽기만 한다.
IMG_4952.jpg 고기 질도 좋고, 가격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중에 청구서 보고 가격에 놀라지 말길.


시음했던 와인은 사진이 없지만....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포도원에서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은) 로제 와인

dry rose 로제 와인이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와인의 경우 섬세함과 집중력이 돋보이며, 체리, 딸기 계열의 캐릭터가 훌륭하게 전달되는데, 육회와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말리지 않은 자두, 살구, 그리고 약간의 석류 계열 캐릭터도 전달된다. 입 안에서 복합적이면서도 훌륭한 질감을 전달해주는데, 요즘의 와인들은 과거에 비해 더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색상 역시 연분홍에 약간 노란 톤이 들어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Chateau de Vaudieu Chateauneuf-du-Pape 2012

dry red 오랫동안 알아오고 오랫동안 마신 와인이지만, 샤퇴뇌프두파프의 매력은 진하지만 우아하고 섬세한 느낌, 한 편으로는 재기발랄한 그르나슈의 캐릭터도 함께 갖고 있는, 뜨거운 복합미에 있다고 생각한다. 블랙체리, 블랙베리, 블루베리에 덧붙여서 건포도 계열의 아로마가 지배적이다. 피니시가 은은하고 뭉근하면서도 섬세하고, 입 안에 착 감기는 듯한 느낌이 매우 뛰어나다. 색상은 아직도 진한 루비색이고 피니시도 오래 가지만 이 지역의 특성상 앞으로 10년 가량 더 숙성한다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와인이 13.5도 정도의 낮은 알코올일 것 같지만 이 와인은 무려 15도다. 그러나 절대로 15도라는 느낌은 들지 않을터이니, 이 와인의 질감에 빠져보는 것은 멋진 경험이라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이피 셰프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