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신봉자는 반드시 가야 할 곳
나는 우리나라 간판을 볼 때 마다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 제각각 내 색을 뽐내려 하다 보니 오히려 그 모든게 합쳐져셔 그 무엇도 돋보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란한 네온사인, LED 간판 등 모든 것들이 몹시 불편하다. 그러나 요즘은 서서히 고조곤한 간판이 늘어나고 있다. 간판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어바웃진스가 이전하였다 해서, 게다가 와인도 이제 들여다놓으셨다 하여 찾아갔다.
간판이 일단 조용하지 않은가? 위치는 아래 링크를 누르면 되는데, 지하 1층으로 가서 106호를 찾아가면 된다. 지하에는 국민은행 구내식당도 있고 여러 식당들이 있는데, 광화문 근처는 사무실이 많아서 지하의 식당중 맛집이 많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다 기본은 하지만, 그래도 일단 어바웃진스다.
저 그릴 준비하느라 고생하셨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기기다. 설비를 거의 자체 설계했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바베큐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영업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매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 갔다고 해서 문을 열어주는 법이 없으며, 늦어도 영업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시간이 되면 말쑥하게 문을 열어준다. 이전에 비해 테이블은 많아졌으나, 그렇다고 아주 극적으로 는 것도 아니다. 스텝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테이블을 만든 것 같다.
늘 나오듯 이렇게 단촐한 한 장의 메뉴로 나오는데, 2명이 너무 배불러서 남기는 경향이 많았고 이번에 2인용으로 양을 적절하게 조정해주는데 그래도 양이 많다. 3명이 간다면 3인 플레터를 하는게 좋은데, 여기에는 스페어립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지인들과 함께 가서 4인 플레터를 하리라. ㄷㄷㄷㄷ. 그리고 사이드로 나오던 트러플 오일 맥앤치즈는 이제 외부 메뉴로 빠져나왔다. 아무리 봐도 사이드로는 양이 적었다 생각했는데, 잘 구성된 듯 하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집은 튀김이 또 별미이다. 주인장 내외가 어바웃진스를 열기 전에 튀김집을 했다는 것은 비밀...
내부는 깔끔하다.
드디어 와인이 들어왔다. 아직은 두 종류밖에 준비가 되지 않지만, 내 완소 와인 웬티의 서던 힐즈 카쇼다.
Wente Cabernet Sauvignon Livermore Valley Southern Hills 2016
이 포도원의 와인은 이제 명징한 철학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 카베르네 소비뇽은 산도가 특히 특징적인데, 미디엄 보디에서 약간 더 보디감이 있으며, 체리 계열의 아로마와 보디감이 입 안에 밀도감 있게 잘 전해진다. 묵직하면서도 입 안에서 기분 좋은 화사함, 장미꽃, 그리고 블랙베리, 체리 계열의 터치, 입 안을 잘 다듬어주는 힘 있는 산도가 균형감을 잘 전해준다. 캘리포니아는 산도를 가급적 숨기려 하는데 이 와인은 숨김이 없다. 그만큼 산도에 자신이 있다는 말 같다. 물론 바베큐 같은 고기에는 최상의 조합이고.
이게 어바웃진스의 2인 바베큐 플래터다. 저 메이플 시럽으로 조리된 베이컨은 먹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아주 약간 아쉬운 것은 이전에 갈릭바베큐 소스 등 2종으로 나뉜 바베큐 소스가 1종으로 정리되었는데 이 소스도 궁극의 맛이기는 하나 이전의 소스들이 그립기는 하다. 물론 이 소스도 훌륭하다. 번은 따뜻하게 나오고, 특히 베이크드빈이 계속 퍼먹게 된다. 바베큐는 이전에 비해서 약간 얇게 썰어져 나와서 썰지 않아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두께는 이전의 두께로 썰어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기는 역시 씹는 맛!
메이플 베이컨은 껍질에 아주 묘하게 달달한 설탕이 씹히는 느낌이 드는데 그 맛은 잊기가 힘들다. 그 맛은 맥주보다는 와인을 부르는 마성의 맛. 아직 와인잔도 구비가 되지 않았고 안정화 되려면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으나, 이전한 뒤 앞으로 더더욱 다양한 맛이 소개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조만간 지인들과 일정을 조정해야겠다.
#수요미식회 #바베큐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