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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06. 2019

신기한 나라셀라

Full range 와인 리스트를 보유한 국내 최고의 수입사

2018년 올해의 와인을 선정하면서 희한한 것을 발견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올해의 와인에 나라셀라가 유독 자주 선정된 것이다. 체사리 아마로네 보산(Cesari Amarone Bosan), 다우 빈티지 포트 1985(Dow’s Vintage Port 1985), 올해의 알바로 팔라시오스 레르미타(Alvaro Palacios l’Ermita)가 그 것인데, 와인을 여럿 뽑지 않는 내 스타일에 비추어보면 독특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게다가 1년에 800종 정도는 꼬박 마시는 나인데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라셀라는 와인 리스트가 꽤나 다양하면서도 오랜 기간 유지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몬테스가 있겠으나,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 윌리암 페브르(William Fevre) 등 프랑스 유수의 포도원부터 돈나푸가타(Donnafugata) 같은 이탈리아 포도원, 그리고 특히 미국의 컬트 와인들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에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구해서 바르베라 트레 비녜(Vietti Barbera d’Alba Tre Vigne)를 시음했는데, 비에띠의 알바와 아스띠는 명징한 바르베라 구분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테루아 공부에는 최고의 와인이라 생각한다.


중견수입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제품을 관리하고 업계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리스트의 변화를 추구하는 점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 본다면 와인 리스트가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항목을 잘 관리하고 거래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거꾸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네가 뭘 선택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느낌이기 때문에 늘 찾던 것만 찾으므로 오히려 정말 보석같은 와인을 찾아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꼭 찾아 마셔야 하는 숨어있거나 최근에 뜨는 나라셀라 와인을 몇 가지 추천한다.


Kaiken

사람들이 몬테스는 알지만 몬테스가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카이켄은 잘 모른다. 동급의 몬테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양조 스타일은 매우 고급스럽다. 특히 울트라 시리즈는 몬테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멋진 와인이다.


Caymus Conundrum

케이머스의 코넌드럼은 여러 포도를 블렌딩 해서 만든 와인인데, 케이머스가 고가인 반면 코넌드럼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맛은 달콤한 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데, 풍성한 꽃향기 등등 장점이 많은 와인이다.


Far Niente

이 글을 쓸 때 사람들이 잘 몰랐는데, 얼마전 대규모 나라셀라 행사를 하면서 주변에 많이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의 샤르도네는 사람들이 그저 달달하지 않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개인적 견해로 미국의 샤르도네는 그 나름의 특징이 명징하고, 부르고뉴의 품질에 필적한다고 감히 이야기 하고싶다. 그 중에서도 파 니엔테는 그 중에서도 고급이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숙성 잠재력도 상당하다.


L’Ecole 41

미국 워싱턴주의 명주를 만드는 집이다. 특히 시라나 특급인 아포지(Apogee), 페리지(Perigee)는 컬트 느낌을 주는 아주 훌륭한 와인이다. 최근에 뜨는 집들도 많지만, 이 집은 전통의 명가라 할 수 있다.


Schramsberg

미국의 스파클링이 샴페인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Chateau la Nerthe

샤퇴뇌프두파프중 깐깐한 맛을 원한다면 특히 이 포도원을 주목해야 한다. 과하게 화려하지 않고 절제감이 있다. 특히 이 집의 블랑은 국내에 몇 병 남지 않았는데 꼭 마셔보기 바란다.


Domaine Pallus

르와르 시농(Chinon) 지역,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드는 괴물 와인이다. 주인은 알바로 팔라시오스와도 각별한 사이라 하는데, 세컨 와인인 팡세 드 팔루스도 동일 가격대에 경쟁 와인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맛을 선사한다. 여유가 된다면 도멘 팔루스도 꼭 맛보기를 권장한다.


La Massa

원래 비노비노에서 처음에 수입될 당시에는 슈퍼 키안티의 원조로 불렸고, 80%의 산지오베제와 20%의 메를로를 섞어 죠르지오 프리모(Giorgio Primo)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래서 올빈 죠르지오 프리모는 키안티 클라시코다. 그런데 좀 더 혁신에 목이 말랐던 이 집은 메를로의 비율을 높이고 스스로 슈퍼 투스칸으로 바꾸었다. 토스카나의 높은 산지는 메를로가 특히 훌륭하다. 아래등급인 라 마싸도 아주 훌륭하다.


Dow’s

무조건 사려면 10년산을 사고, 그 다음부터는 연도수를 높여가며 사본다. 주변에서 여러 포트를 마셔보지만 이 집 이상 가는 것을 찾기 어렵다. 수입된지 오래 되었지만 다우의 포트 가격을 보면 이 맛에 이 가격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오늘 시간이 된다면 주변에 와인타임 매장이라도 한 번 들러보자. 내가 특정 수입사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나라셀라는 충분히 그런 가치가 있는 수입사이니, 한 번 골라먹는 재미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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