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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07. 2019

와인 종량세 유예와 앞으로의 전망

수입와인업계는 힘이 없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와인 종량세의 결론이 과실주는 유예로 났다. 우선 이 기사를 한 번 읽어보도록 하자.     

나는 얼마전에도 와인의 종량세 관련하여 칼럼을 올린적이 있다. 나의 일관된 주장은 와인업계가 와인업계 내부의 이야기만 해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고 시야를 넓게 해서 폭넓은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 관점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번 결정 과정에서 수입와인업계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와인은 세제 결정에 있어서 여러모로 불리한 입장에 있다. 첫째, 수입품이라는 것이다. 수입품에 일정부분 혜택을 주는 것은 아직까지 행정적 입장에서 부담이 된다. 국내 생산 제품에 이득이 되어야 하며 세계 무역기구 협정에 위배가 되지 않는 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국내 주류업계의 목소리가 크다. 혹시 이번 주세 개편 공청회 관련 공고문,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음의 기사를 한 번 읽어보자.     

그리고 개편 관련 공청회 안내문을 살펴보자. 31일 공청회 개최를 조세재정연구원 홈페이지에 살짝 올리고 몇일 뒤에 곧바로 공청회를 개최한다.          

출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참여자는 국내 산업에 유리한 입장의 내용을 대변하도록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막걸리 협회, 무학, 한국수제맥주협회 세 곳이 주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고, 무학 역시 와인을 수입하기는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표인데, 객석토론 시간이 10분이다. 즉, 객석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 명확하고, 아마 자리를 채웠던 사람도 업무 담당자이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출처: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 개최 보도자료

그렇다면 이번 주세개편에 있어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맞지만, 수입주류업계 전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결국 정책결정권자의 의중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입와인업계가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서 어떤 변화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구심점이 없고 정책적인 변화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업계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적극적이었을 것이고 혹자는 소극적이었을 것이다. 앞서 칼럼에서 내가 주장했던 바와 같이 종량세가 되면 그 이익이 큰 수입사에 더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수입사와 대기업 계열 큰 수입사로 나누어서 다시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대기업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첫째, 전체 주류 시장의 크기가 정체된 상태에서 와인의 매출이 자사의 다른 주종에 카니발라이징(서로 매출을 갉아먹는) 되는 경우를 유발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둘째, 전체 그룹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와인의 효용가치 관점이다.


첫 번째 관점에서 금번 세제 개편으로 맥주의 매출이 늘어난다면 연구개발 및 마케팅 역량을 맥주에 집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만약 와인이 종량세가 되어도 곧바로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기통관된 높은 세율의 와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다. 세금 인하분 만큼은 어쩌면 손해를 보고 출고해야 할 물량이 늘어날 것인데, 이는 경영적인 압박이 될 것이다. 작은 수입사는 이 비율이 낮겠으나 큰 수입사는 큰 고민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와인의 통신판매와 직결된다. 지금 유통 환경은 통신 배송, 빠른 배송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 더는 사람들이 큰 매장에 가서 물건을 고르지 않는다. 물건을 그 곳에서 보고는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구매한다. 아침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큰 매장에 고객을 유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주류와 같은 통신 판매가 불가능한 아이템들이다. 요즘 마트에 가보면 식품 매장만 사람들이 많고 그 이외 매장은 현저히 고객이 줄어든 것을 가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이제 대기업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통신판매가 되지 않는 주류가 주는 혜택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물량의 문제로 주세의 문제는 넘어갈 수 있고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이탈고객의 방지는 중요한 경영 지침일 것이다. 당연히 주세 개편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중소수입사들은 물량 확보 및 통관 비용 등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경우가 커서 비록 경쟁은 심화되겠으나 확실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와인 소비자도 종량세가 주는 혜택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와인의 종량세는 정책결정권자 입장, 큰 기업의 입장에서 그렇게 좋은 결정이 아니다. 오히려 여론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전통주업계는 수입와인을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으며, 고가와인의 세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여론의 비난 포인트를 주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200만원짜리 와인이 150만원, 주세개편의 득실은?” 이런 제목의 기사가 한 번 떴다고 생각해보자. 비난이 어디로 갈 것 같은가?


이번 결정은 많은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나 와인의 종량세는 국내 전통주업계가 버티고 있는 한 쉽지 않은 일이 되었음이 틀림 없다. 5년 유예 한다는 말은 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 여론 향방을 보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수제맥주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국내에서 맥주 산업은 활성화 되겠으나 20대 와인 애호가들은 거의 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수입사들의 마케팅 포인트도 20대가 아닌 30대 이상으로 타깃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소비자로서는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나, 전체 큰 경제흐름이나 정치적 관점에서는 이런 결론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앞으로 시장 상황에 대해서 계속 눈을 떼지 말아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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