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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Oct 31. 2019

채식주의자를 위한 와인 차림상

채식에는 어떻게 와인을?

채식이 열풍이다. 일단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다이어트 관점에서 출발한 이도 많으나 고기의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채식을 택하는 이들도 많다. 채식주의자들도 계란이나 우유를 먹는 채식주의자에서부터 완벽한 채식을 선호하는 이들에 이르기 까지 그 분류도 다양하다.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 많은 곡물이 필요하고, 이 것은 저개발국의 식량, 물, 배설물에 따른 환경오염, 가축이 뿜는 CO2에 의한 지구 온난화 등 채식과 관련된 사항들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일단 모든 술은 비건 프리 푸드(Vegan free food)라고 정의해도 무관하다. 일부 와인 생산 과정에서 육류와 관련된 요인들이 있지 않겠느냐 하는 언급을 하는 이들도 있으나, 양조학 공부를 해보면 그 어디에도 고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단 예외가 있다면 계란 흰자를 이용한 침전물 제거과정이 있을 수 있는데, 적어도 요즘 양조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그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성분들에 대해서는 추출 과정에서 육류가 활용되는 경우(물고기의 부레 등)도 있다고 하니 생산과정에서의 육류 혹은 육류 추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면 사정은 좀 달라질 것이다. 마치 코셔 와인이 유대교 율법에 따라 만들어지듯 비건 와인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혹시나 모를 동물성 추출물이 처리 과정에 사용되는지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주의자라 하였더라도 와인은 즐겁게 즐겼을 것 같다. 고기 없는 와인 자리는 지옥이라 생각하는 나이지만, 샐러드에 잘 맞는 와인, 두부요리나 버섯 요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기 때문에 나름의 와인 차림상을 한 번 써볼까 한다.


샐러드류에 맞는 와인

나의 가장 강한 추천은 비오니에, 피노 그리 두 가지 품종을 추천한다. 샐러드의 타닌감 있는 캐릭터는 올리브유 등의 소스 혹은 발사미코 같은 신 맛 계열의 소스와 주로 서빙이 되며, 이러한 경우에는 단 맛을 잘 보완해주고 산도가 낮으며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계열의 와인이 잘 맞다고 판단한다. 콩드리유 같이 매우 섬세하며 산도가 좋은 비오니에 와인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피노 그리의 경우 의외로 뉴질랜드산이 매우 뛰어난 맛을 보여줄 때가 많다. 스파이 밸리(Spy Valley)나 라파우나(Rapauna)같은 포도원들의 와인이 일부 피노 그리 품종으로 수입되는 경우가 있으니 한 번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나 더 잊은 것이 있으니 아르헨티나 토론테스 품종도 샐러드류에 잘 맞을 듯 싶다. 마트에 가면 아르헨티나 화이트 품종중 토론테스를 발견할 수 있으니 꼭 맛보기를 권장한다.


채식이지만 고기같은

야채이면서 최고의 와인 매칭 친구는 토마토 요리와 버섯, 두부요리라 생각한다. 특히 두부는 매우 뛰어난 영양분과 함께 와인에는 정말로 멋진 조합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환상적인 재료로는 가지가 있다. 아마도 한식 자랑을 하지만 한식이 자랑하지 못하는 유일한 식재료가 가지일 듯 하다. 해외의 다양한 가지 요리 조리법을 보면 쪄서 나물로 무쳐 먹는 우리의 조리법이 가장 덜 발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토마토는 많은 예시들이 있을 것이니 우리에게 친근한 세 가지 재료를 살펴볼까 한다.


버섯: 버섯은 향이 강하다. 트러플을 필두로 우리나라의 가을 자연송이 등 이러한 버섯들은 놀랍도록 응집된 향을 보여준다. 향이 강하지만 우아하고 섬세하기에 이 경우에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고급 피노 누아르다. 저렴한 것도 아니고 고급. 좋은 날이라면 고급 피노 누아르에 버섯 요리를 함께 맛본다면 그 깊이감은 상상하기 어렵다. 고급 피노 누아르의 젊은 빈티지이거나 좀 더 시간이 지난 빈티지거나 어느 것이든 좋다. 가급적 부르고뉴의 섬세한 와인이 잘 맞으리라 판단한다.

두부: 두부는 여러 가지 조리법이 있으나 주로 간장 기반 요리이거나 고추기름을 써서 만드는 맵고 자극적인 마파두부도 있다. 단 맛과 약간의 신 맛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두부 요리는 의외로 주변의 양념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굴소스 혹은 해선장 같은 달고 감칠맛이 나는 요리가 매칭되는 경우라면 키안티 클라시코 계열의 와인이 잘 맞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키안티 클라시코는 과거의 키안티 클라시코와 달라서 매우 응집력이 있으면서도 훌륭한 산도를 보여주고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클래스 혹은 그랑 셀렉지오네 급 정도가 된다면 매우 뛰어난 매칭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가지: 천의 얼굴을 한 요리가 가지다. 그러나 서양 요리에서는 속을 고기로 채우거나, 그릴로 구운 뒤 위에 치즈를 얹는 등 여러 가지 절차가 들어가는 경우들이 많다. 순수 야채로 하는 경우는 중국식으로 튀김옷을 입혀서 튀긴 다음 소스에 버무리는 중국 요리들이 잘 맞을 것 같다. 이 때에는 가지가 매우 뜨겁고 입 안에서도 간장 소스 등의 맛이랑 단맛, 짠맛 등이 복합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힘이 있는 레드 와인도 좋겠으나, 힘이 있는 화이트 와인도 잘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캘리포니아 화이트 계열로 힘이 있는 좋은 와인들을 생각해도 좋다. 추천하는 것으로는 캘리포니아 원조 샤르도네 집안인 웬티의 샤르도네(모닝 포그 혹은 리바 랜치)를 매칭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당신이 채식주의자라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와인들이 출시되어 있고, 국내에도 일부 수입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의 앤 그로(Anne Gros)의 비건 인증 와인도 곧 들어온다고 하니 채식에 관련되어 매우 깐깐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 구매하여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판단한다. 일부 비건 인증 와인을 맛본 사람들 중에서는 맛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와인 생산 과정은 육류 혹은 육류 관련 추출물에서 대부분 자유로우니 와인 맛의 차이일 뿐 비건 인증된 와인이 맛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와인 차림상을 썼지만, 나는 고기주의자로써 고기가 없으면 도무지 와인이 입에 들어가질 않는다. 나는 어제도 고기와 와인을 먹었고, 오늘도 고기와 와인을 먹을 것이며, 내일도 고기와 와인을 먹을 것이다. 지구 환경에는 좀 미안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현재 새로운 푸드테크(foodtech)를 통하여 인크레더블 미트(Incredable meat)이 국내 시장에 소개될 것이라고 하니, 시장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와인 차림상을 새롭게 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경우든 그래도 치즈나 계란, 우유는 채식주의자들과 계속적인 연관성이 있어서 채식과 와인의 관계는 계속 화두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주변의 자유로운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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