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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제육원소에서 연말모임

by 정휘웅

플라톤은 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원소를 제시했는데, 물, 불, 공기, 흙이 그 것이다. 지금 생각 해 보아도 상당히 일리 있는데, 액체상태, 고체상태, 기체상태를 구분했으며, 불은 에너지를 뜻했으니 어쩌면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했음은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4개는 좀 아닌 것 같으니, 그 이상 원소도 생각해보자. 제5원소는 밀라 요보보비치고 그 사랑을 이끌어내는게 브루스 윌리스라는 생각을 하면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여하튼 제5원소는 사랑이라는 뤽 베송의 상상력은 지금 보아도 아주 유쾌한 주제다. 당시에는 폭망했지만 지금까지 자주 회자되는 것 보면 영화사 적으로 그가 매우 진보적인 감독임에는 틀림 없다. 그런 관점에서 얼마전 폭망한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역시 그런 관점에서 미래에는 대단히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색감이나 스타일 등등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여럿이니 말이다.


잠시 옆으로 샜지만 제6원소는 한국에만 있다. 제6원소는 볶음으로 만들어 제육볶음으로 온 인류에게 행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역사공원 역에서 동대역(3호선)으로 가다 보면 바로 옆에 가도 위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구석진 곳에 있는 이 식당이 바로 제육원소다. 모 와인 포털(?)의 연말 회식이 잡혔다 하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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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식당들은 다 아는데, 나는 박카스 아저씨로 불린다. 참고로 편의점에 파는 박카스는 제대로 된 효과도 안나고 가격도 비싸다. 반드시 약국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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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스타트는 벨라비스타. 2013빈티지. 다들 돈값을 못한다 하지만 내 입에는 이탈리아 특유의 드라이함과 풍성한 과실 향 등 샴페인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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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전이다. 나는 혼자서 전을 3장 이상 먹을 수 있다. 전 귀신. 사진이 흔들린 이유는 전을 너무 좋아해서다. 좋아하는 전 앞에서 손이 흔들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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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돌피는 브루넬로 디 몬테풀치아노를 만드는 집인데 소량 로제 스파클링을 생산했다. 가볍게 마시기에 좋다. 드라이하며, 살구, 체리 등의 캐릭터가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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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주방장 특선의 날이라 이렇게 홍합탕도 나왔다. 홍합 살만 다 발라서 국물이랑 먹으면 끝내준다. 사실 밥을 말아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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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시그니처, 제육볶음이다. 나는 이 고수의 양이 3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원가가 ㅠㅜ.. 우리나라가 동남아 지역이 아니라 미안하다.. ㅠㅜ.. 모인 사람 모두가 고수의 고수라서 고수가 동이 났다. ㅠㅜ.. 그래서 고수를 계속 고수들이 시키는 진기한.(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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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에 구워낸 통닭이다. 찢어진 뒤의 통닭은 치킨이므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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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역시 좋아서 손이 흔들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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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를 손질해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사람 손을 많이 타는지. 그러나 그 댓가는 달콤쌉싸름하다. 와인에 기가 막히게 잘 맞고, 이 자체의 튀김만으로도 훌륭한 술도둑이 된다. 이 것을 혼자서 폭풍 흡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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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프로젝트 마감 때문에 급하게 모임을 하고 나설 수 밖에 없었는데, 내 손떨림의 끝을 보여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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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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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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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악!!!!!!!!!!!!!!!!!!!!!!!!!!!!!!!!!!


이 날 마신와인들에 대한 시음노트는 다음에 달도록 한다.

주당들에게는 안성맞춤 술을 제공해주고, 자그마하지만 소담한 모임을 하기에는 제격인 장소다.

게다가 제육볶음은 반드시 먹어보라. 자연계를 구성하는 여섯번째 원소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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