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언제나 옳다
봉피양이라는 유명한 고깃집을 갔다. 옆은 벽제갈비로 미슐랭 가이드에도 나온 맛집이라 한다.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고 식사겸 간단하게 식사한 자리. 스미지는 투 핸즈를 만든 맷 웽크가 나와서 독립적으로 만드는 와인이다. 그의 철학은 상당히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서 최근 크게 상업적으로 변한 투 핸즈에 비해서는 훨씬 자연주의적이다. 물론 그의 천재적인 양조 실력은 해를 거듭할 수록 좋아지고 있고 말이다. 이 후디니는 딸이 집에서 도망다니거나 장난칠 때 워낙 신출귀몰하게 나타나고 해서 마술사 후디니의 이름을 달았다고 한다. 역시 아빠들은 다 딸바보다.
봉피양의 돼지갈비는 일단 육질이 대단히 좋다. 그리고 숯의 화력이 대단히 좋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타지 않고 뭉근하게 익는다. 덕분에 고기가 아주 질감이 좋고 촉촉하다. 원래 사진을 잘 찍지 않는 관계로 다 익은 모습은 올리지 못했다.
늘 접하던 웬티의 서던 힐즈인데, 빈티지가 바뀐 버전은 최근 만나지 못했다. 봉피양의 와인 리스트에 있어서 한 병을 시켰고, "브라보"를 외쳤다. 역시 의외의 공격을 감행(?)하는 이 와인의 저력은 대단하다. 생각해보니 여름에도 2017을 짧게 만났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안정화가 다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놀랍게 안정화 되었고 매우 좋은 맛을 선사한다. 올해의 레드와인에 뚜둥.
알고보니 여기가 냉면으로 유명했다. 맛보기 냉면이 있다 해서 육수랑 면을 맛보았는데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청결함은 기본이고. 메밀 맛이 매우 잘 살아 있어서 고기리 막국수 다음으로 뛰어난 면 질감을 보여준다. 육수도 내가 좋아하는 육수 맛이다. 담번에는 냉면을 먹으러 와야 할 듯 싶다.
올해의 와인 관련 몇 가지 이슈가 있는데, 일단 올해의 레드와인은 두 개, 올해의 와인은 없을 확률이 높고, 올해의 화이트 1건, 스파클링도 없을 확률이 높다. 그 대신 특별 셀렉션이 있는데 미수입 혹은 블렌딩 된 샘플에서 의외의 엄청난 수확들이 있어서 여기서 두 건의 와인을 추천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그 의외의 수확은 아래 스미지에서 나왔고.
Smidge Cabernet Sauvignon McLaren Vale Houdini 2017
미디엄 보디에 질감이 상당히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매끈한 질감과 반대편이 약간 투명하게 비치는 좋은 루비색을 갖고 있다. 체리 계열의 캐릭터가 농밀하게 녹아 있으면서도 삼나무 계열의 질감과 은은함이 잘 살아있다. 피니시에서는 좀 더 잼 같은 느낌과 카시스 계열의 캐릭터도 느낄 수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와인을 마실 때에는 20분 정도 서서히 브리딩 시킬 것을 권장하는데, 서서히 깨어나면서 약간의 단 느낌과 산도의 안정감을 느끼는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에서 착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Wente Cabernet Sauvignon Livermore Valley Southern Hills 2017
바뀐 빈티지를 처음 맛보았다. 놀랍도록 개선된 품질에 깜짝 놀랐다.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카시스 세 개의 박자가 정확하게 삼각 구도를 그리며 입 안에서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전에 서던 힐즈는 약간의 들큰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2017년 빈티지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매우 효과적으로 통제하였다. 체리 계열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최근 캘리포니아 카쇼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좀 더 기본으로 파고든 느낌이다. 민트 계열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피니시에서 이 부분을 약간 느낄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 와인의 가격을 알게 된다면 다시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안정감 있는 산도와 피니시, 향이 강한 음식 사이에서도 자신의 아로마를 잘 지킨다. 색상은 기분 좋은 약간 진한 루비색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