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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Nov 29. 2019

[문정역] 꽃미남 쉐프의 1인 스시집, 스시야츠

송파구 법조타운의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숙성회의 합리성

얼마전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스시집 이야기가 나왔다. 강동구에 사무실이 있는데 그 주변에 좋은 가격에 합리적인 초밥집이 있고 자주 이용했더란다. 그런데 유튜버 방문 이후로 뜬 다음에 예약이 1달 걸려서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하는 불가피한 입장이 되어서 내가 소개를 한 곳이 바로 이 집, 스시야츠다.

일본에 가거나 화려한 경력을 쌓은 셰프가 아니며 매우 젊다. 그러나 혼자서 묵묵히 차분하게 재료를 준비하며, 숙성회를 쓴다. 자신만의 해석도 곁들이고 있다. 사람을 안쓰고, 점심도 8명까지만 예약을 받는데 이미 그 동네에서는 제법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해보면 역시나 예약 부도가 문제라고 하는데, 8명 예약하고 2~3명 오는 팀들도 있다 하니 소비자들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스시는 손을 많이 타야 하는 음식이고, 주방장의 역량이 절대적인 요리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양 가지고 뭐라 딴지 걸면 안된다. 그러나 강남 고급 일식당에서 초밥 한 조각을 2~3만원 정도로 예산을 잡아야 하는 수준이라면 여기는 전채나 디저트, 고로케 제외 피스당 5천원 정도의 비용(환산해보면)을 가정할 수 있으니 이 아니 훌륭할쏘냐?


점심 25,000원, 저녁 55,000원이라는 스시집으로는 매우 낮은 가격을....


작지만 매우 깔끔하다.


이렇게 단촐한 다찌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이 테이블이 차면 치우지 않는다. 치우기 등등 하려면 사람을 한 명 써야 하는데 그러면 음식값이 다시 올라가고 손님들에게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이  할수 있는 역량만큼으로 착실하게 한다.


계란에 단호박. 전채요리다. 의외로 단호박이 계란이랑 잘 어울린다.


광어. 숙성을 했고 소스를 얹었다. 초밥도 밥이 아주 좋길래 물어보니 일찍 오셨는데 초밥도 밥솥에서 꺼내서 온도 맞추고 촛물 처음 만들어서 넣었을 때가 가장 식감이 좋고 시간이 지나면 차차 굳는다 한다.


(중간에 아주 훌륭한 도미가 있었는데 사진을 빼먹었다.)


관자 초밥. 비린 향0, 아주 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간장에 살짝 절인 마구로. 이 역시 아주 신선하고 섬세하다.


방어다. 요즘이 방어철인데 방어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고 걱정한다. 방어도 숙성을 한다는데 최장 5일가량 숙성을 한다고 한다. 월요일에 대방어 한 마리 받아서 손질한 다음 숙성하면 방어에서 진물 같은 것이 나는데 그게 빠지고 나면 아주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이 날 먹은 것도 약 3일 숙성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방어가 매우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났다.


아귀간이라 생각된다. 김에다 싸서 주는데 아주 훌륭하다. (아귀간 아니어도 말고. --; 끙...)


술이 있으니 초밥이 더 들어갈 기세라서 다시 방어랑 여러 초밥을 더...(피스로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

그랬더니 방어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얹어주신다. 이전보다 더 맛있다.



광어 지느러미 부분을 가운데 반으로 가른 다음 다시 칼집을 내어 부드럽게 한 다음 초밥으로 마무리. 역시 고소하고 맛있다.


마구로 추가.


마구로 다른 부위인데, 기름기가 많은 부위라 한다. 초밥 초보라서... --; 여하튼 구수한 느낌에 위 소스가 합쳐져서 아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그리고 장어도 하나 앙증맞게... 옆의 생강 초절임이랑 먹으면 금상첨화!



기본 비용 점심 1인 2.5만원에 추가 초밥 하면 그래도 가격은 나오겠으나, 스시집 예산 생각하면 이 비용은 아싸라비요 수준이라 하겠다. 그래도 비싸다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1판에 1~2만원 초밥집을 가셔도 된다.


아, 중요한거 하나를 빼먹었다.

주인이 젊고 꽃미남이다.



오늘의 이야기, 끄읏.



와인이 없는데 글을 올릴 수 없다.



Domaine Famille Bourgeois Sancerre Les Cotes Aux Valets 2015

도무지 소비뇽 블랑이라 상상할 수가 없다. 무게감 있는 캐릭터, 쌉싸래한 유질감, 그리고 안정감 있는 색상(좋은 노란 빛을 띠고 있다), 아직도 어린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쌉싸래한 터치에 이르기 까지 정말로 훌륭한 맛을 선사한다. 입 안에서 피니시는 레몬, 라임 계열의 우수하고도 절제감 있는 터치를 전해주고 있으며, 밸런스가 정말로 좋다. 가격이 싼 와인은 아니지만 그 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하는 와인이라 본다. 초밥과 같은 일식 계열에는 정말로 대단한 궁합을 보여주며, 이 강인한 구조감은 섬세한 질감에 잘 포장되어 있어 잘 드러나지 않으나, 어지간한 와인은 한 번에 밀어낼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나라셀라 수입, 120병)


L'Ecole no.41 Chenin Blanc Columbia Valley old vines 2016

불가피하게 너무 센 와인을 함께 마시면 좋은 와인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워싱턴 지역에서, 또 슈냉 블랑이라는 포도를 쓴다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런 와인은 숍에 가면 골라서 사야 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맛은 두말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선명한 노란 빛, 망고, 키위, 자두 같은 계열의 아로마가 맛에서도 고스란히 연결되며 약간의 단 맛 사이로 산도가 절제감 있게 잘 드러난다. 피니시도 좋다. 이 와인은 매운 요리와 함께 하면 더더욱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인데, 얼얼한 혀도 이 와인 한 잔이 모든 것을 해소시켜줄 것이다.(나라셀라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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