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스테이크를 즐기고 싶다면.
식당 가면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내고자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식재료 본연의 맛이란 무엇인가? 아마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1.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최소화된 간.
2. 질감과 식감, 향 사이의 구분을 주기 위한 적정 수준의 수분과 안정화.
3. 재료의 본질을 흐트리지 않는 최적의 온도와 열의 부여
4. 단순성에 근거한 기본 레시피
이 네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과거에는 요리할 때 온갖 향신료를 넣는 스타일을 추구했는데, 최근에는 가급적 담백하게 요리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후추는 최소화, 소금도 내가 쓰는 소금(한국 꽃소금)을 중심으로 가볍게 요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일련의 이러한 노력이 더 재료 본연의 맛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양념이 강한 한식도 매우 큰 매력을 띠고 있음은 틀림 없으나, 스테이크라는, 고기에 대한 존경과 무한한 애정을 심은 이 요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다듬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는 그런 고기+식재료에 대한 무한한 이해와 존경심에서 출발하는 스테이크하우스다.
여기의 플래그십은 포터하우스다. 포터하우스는 티본중에서도 안심 부위가 많은 곳으로써 티본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한다. 특히 버터가 중요한데 1달에 이 곳에서 소비되는 버터의양도 약 8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고기는 보고 그저 감상하기만 해도 배가 부루며 마음에 성스러운 느낌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얼마나 성스러운 비주얼인가? 드라이 에이징 역시 고기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오랜 경험에서 온 숙성육은 맛의 응집력 보다는 고기의 수분, 질감, 고기향의 응집성 이 세 가지 요인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연히 미디엄 레어로 먹어야 한다. 간도 약하게 되어 있어서 고기 맛을 궁극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빼놓아서는 안되는 것이 이 시금치와 감자 가니쉬다. 아스파라거스도 껍질 부분을 깠기 때문에 섬유 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훌륭한 맛을 선사하며, 시금치와 감자는 누구나 한 번 먹어보면 그 맛을 잊기 어렵다. 또 재미있는 것은 김치다. 묵은지에 적절히 조리를 하여 약간의 달면서도 숙성된 슴슴한 맛이 나는데 이 역시 별미중의 별미다.
울프강은 이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메뉴들이 제공되는데, 특히 춉샐러드, 그리고 직접 제작된 베이컨도 시그니처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식자재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시즈닝을 한다. 아보카도랑 여러 재료들이 잘게 썰어져 있는데 모든 것이 아삭거리며, 고트치즈와 밸런스가 매우 뛰어나다. 베이컨 역시 직접 바베큐 조리되었는데 대단히 부드러우면서도 고기의 향이 제대로 배어난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해산물 플래터인데, 별도의 소스 같은 것을 가감하지 않고 이 자체의 맛을 느끼는데 집중하고 있다. 새우의 질감도 대단히 촉촉하도 찜 본연의 캐릭터를 많이 보여주려 한다.
빵은 숍 바로 앞의 기욤에서 공수된다고 한다. 빵 레시피랑 재료에 대한 정보는 별도로 주고, 이에 따라서 빵을 공급해준다고 한다. 프랑스 밀을 썼으며 제대로 구워져 나온다.
또한 디저트가 빠질 수 없다. 여기의 티라미슈는 최고의 에스프레소가 첨가되어 감동적인 풍미를 전해준다. 여기의 딸기 플레이트부터 모든 디저트가 정말로 훌륭한 맛을 전해준다.
당연히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아마 좀 의아해 할 것인데, 스테이크에는 진한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정답 아니냐 이야기 할 것이다. 물론 그 것도 답이 된다. 그러나 오히려 화이트가 스테이크에 더 어울릴 수 있다. 르플레이브의 피노 누아르를 함께 곁들여도 재미있지만 화이트는 스테이크의 고소함과 단 느낌을 더욱 많이 살려준다.
영혼이 외로우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섬세한 스테이크에는 오히려 레드보다 화이트가 더 잘 어울린다. 소스가 필요없을 것이다.
Olivier Leflaive Pernand-Vergelesses 1er Cru Fichots 2014
철분이 많으면서 드라이하고 섬세함이 아주 잘 살아있는 피노 누아르다. 브리딩에는 1시간 가량의 잔 안정화가 필요하며, 앞으로도 숙성이 더 될 수 있다. 르플레이브는 피노 누아르도 화이트와 같은 캐릭터를 많이 보여주는데, 전체적으로 따스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밸련스가 돋보인다. 아직 어리지만 어떠한 요리와도 잘 어울리며, 야채 요리 등에도 멋진 조합을 보여준다. 의외로 새우나 갑각류 같은 향이 강한 생선에도 잘 조화가 된다. 레드지만 화이트 같은 느낌을 준다.
Pietra Dolce Etna DOC Bianco Archineri 2017
카리칸테 품종은 산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당도가 있는 편이라서 이탈리아 와인메이커들이 이 지역에서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는 품종이라 한다. 네렐로 마스카레세 정도의 섬세함은 없으나 이 나름의 기분 좋은 열대과실 느낌에 보디감에서 오는 적절한 단 느낌이 아주 훌륭하다. 단 느낌은 알코올의 밸런스에서 오는 것이면서도 응집력이 대단하다. 필록세라에서 살아남은 100~12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소량 생산된다. 크리스피하면서도 아주 기분 좋은 질감을 전해준다. 섬세한 맛의 스테이크에는 이러한 화이트가 또 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Chateau de Bligny Champagne Grande Reserve Brut
청아함과 밝음 사이로 레몬, 라임 계열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 그 이면은 좀 더 응집력 있는 이스트의 터치가 전해진다. 기포의 느낌에서부터 전체적으로 묵직함 보다는 신선함과 밝음을 주요 포인트로 삼고 있는 샴페인다. 매끈하면서도 질감이 상당히 좋다. 색상도 밝고 맑은 노란 빛을 띠고 있다. 입 안의 피니시에서 약간의 스파이스함도 느낄 수 있다.
고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고 싶다면 이 곳을 꼭 방문해보기를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