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깊은 고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숭배한다. 사랑한다. 고기가 없는 인생은 죽음이다. 그리고 생고기 계열도 좋아하나, 양념이 슴슴하니 잘 배어든 맛있는 양념육 계열은 조리 방법에 따라서 그 품질이 천차만별인데, 내가 정확하게 원하는 방법의 고기를 내어주는 집이 있다.
광화문국밥은 광화문에 있지만, 이 곳은 국밥으로 계속 바빠서 새로운 실험적 메뉴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여의도는 좀 더 넓은 주방에 랩 개념으로 여러 레시피를 실험하면서 새로운 요리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여기서는 광화문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여기의 고기 메뉴는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양이 푸짐하고, 게다가 딱 내 스타일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2.2만원의 석쇠돼지불고기. 어쩌면 인생 불고기라 할 수 있는데, 내가 딱 원하는 만큼의 느낌, 그리고 대량으로 살포된 파, 깨, 이 것 만으로도 가히 내가 원하는 불고기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돼지 앞다리살을 썼는데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맛을 선사한다. 고기 두께도 정하기 위해 수십번 테스트를 했다고 하니 이 팀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이전에는 가격이 5.6만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중간 사이즈(?)로 가격이 3만원대로 나왔다. 중간 사이즈가 아닌데 말이다. 위의 계란 채도 그렇고 안에 떡이 여럿 들어가 있는데, 내 제안은 떡을 적게 넣으라는(?) 것이었다. 떡이 맛있어서 계속 먹다가 밥을 안먹게 될수도.. (그러면서 나는 계속 떡을 주워먹었다)
가오리 식혜가 들어간 냉면인데 아주 조화가 좋다.
당근 와인이 빠지면 안되겠다. 이 날 엄청난 와인을 만났는데, 포도원에서도 아직 정식 출시는 아니라 한다. 하루 빨리 국내에 수입되기를.
Negretti Nebbiolo Langhe DOC Flos 2019
이 와인의 병을 보면 레드 와인인지, 로제와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내추럴이라는 말도 없고, 그냥 자연주의 와인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입 안에 넣어보면 알게 된다. 타닌의 터치가 있으면서도 명백하게 구분되는 딸기, 유려하면서도 입 안을 과하게 자극하지 않는 터치가 일품이다. 재미있는 점은 2~3시간 열어두면 더욱 풍성한 과실의 느낌이 배어나는데, 질감이 대단히 좋고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곳의 와인 콜키지 정책이 재미있는데, 매우 파격적이다.
1병 반입 가능, 2병부터는 2만원 콜키지를 낼 경우 무제한 반입 가능(잔 변경 불가). 즉, 사람 수가 많아도 2만원이면 콜키지가 모두 커버된다는 것이다. 잔 차지보다 훨씬 파격적인 정책이다.
와인쟁이들 있다면 오늘 여의도로 달려가라. 궁극의 고기가 기다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