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강에서 화이트 와인과 스테이크의 조화를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는 스테이크 중에서는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기의 맛에 집중하기 위해서 여러 군더더기는 모조리 걷어낸, 고기의, 고기에 의한, 고기를 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지난번 맛을 본 뒤에 내린 결론은 "이 곳의 스테이크는 화이트와 매칭을 해야 한다"였다. 그리고 테이스팅 기획을 하였고 멋진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 곳의 대표 메뉴중 하나인 해산물 플래터.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요리다. 매우 식감이 쫄깃하기 그지 없다.
내가 최애하는 그린 춉 샐러드. 정말 간단해 보이고, 실제로 만들어도 간단한데, 맛이 기가 막힌다. 요즘 모임에서 이 것을 좀 흉내내어서 만들어보는데 맛보는 사람마다 감탄. 이 날도 역시나 엄청난 식감과 풍부한 야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메인 보양식. 스테이크와 함꼐 문어, 전복이 나오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상이다. 과연 이들이 짭조름할까? 아니다. 담백하기 그지없는 맛을 선사한다. 매우 질 좋은 무염버터에 전복과 문어와 스테이크 고기가 함께 어우러진다. 감히 말하건대 맛의 섬세함 시작과 끝이다.
안심과 등심 부위, 미디엄 레어로 구워져 나왔는데, 28일을 숙성하여 냈다고 한다. 여기의 버터 소스는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맛을 보여주는데, 마치 스시를 먹을 때 살짝 찍는 간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고기의 맛은 후추나 소금 시즈닝이 매우 약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한 고기의 맛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반드시 화이트와인을 매칭해야 한다. 오히려 레드는 이 깊은 맛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이 날의 와인들. 시음노트는 맨 아래. 레드도 훌륭한 조합을 보여주지만, 2017년산 부르고뉴 화이트의 그 깊은 맛은 가히 설명 불가라 하겠다.
Talamonti Pecorino Colline Pescaresi IGT Trabocchetto 2013 dry White
7년이 지나서 색상은 진한 노란 빛을 띠고 있다. 그러나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산도의 맛은 정확하게 잘 남아있다. 신선한 단호박의 느낌이 잘 살아있고, 귤(시트러스) 계열의 캐릭터도 잘 남아있다. 불필요한 아로마는 걷어내고, 레진, 약간의 향신료 계열 등 보디감 좋은 산도와 잘 어우러져 해산물과 매우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Rockford Cabernet Sauvignon Barossa Valley Rifle Range 2016 dry red
처음에 테이스팅을 하면 일반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섬세한 버전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이 와인을 디켄팅의 힘을 빌린다면, 놀랍도록 섬세한 카베르네 소비뇽의 힘을 느끼게 된다. 전혀 과하지 않으며 미디엄 보디의 우아하고도 멋진 카베르네 소비뇽의 진면목을 느끼게 되는데, 감성적이면서도 멋진 질감을 보여준다. 색상은 보편적으로 보기에 좋은 루비색을 띠고 있으며, 블랙체리, 블랙베리 계열의 아로마와 오크에서 잘 숙성되어 전해지는 깊이 있는 장미계열의 꽃향기 등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와인이다.
Olivier Leflaive Saint-Aubin 1er Cru Chateniere 2017 dry White
코를 대고 입에 넣는 순간 허허허 하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빈티지의 위대함이란 이렇게나 놀라운 것이다. 사람의 손이 최소화 되고, 부르고뉴 사상 최강 빈티지라는 2017을 처음 접한 경험은 이러하다. 설명하기 어려운 우아함과 섬세함이 아로마 내에 존재하는데, 포근한 이스트의 터치, 풍성하면서도 관조적인 꽃향기들이 복합적으로 터져나온다. 1시간 가량 더 지나면 더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와인의 숙성은 언제까지며, 브리딩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러 과제를 던져주고 유유히 입 안으로 사라지는 와인이다. 분석하려 들지 말고 그저 입 안에서 그 풍성함과 섬세함을 즐기기만 하라는 듯한, 엄청난 와인이다.
Olivier Leflaive Saint-Romain 2013 dry White
감성 넘치며, 7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단히 엄청난 힘과 섬세함, 우아함을 갖고 있는 와인이다. 미네랄리티가 매우 멋지게 흘러넘치며, 은은한 열대과실의 질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레몬 계열의 산도와 안정감 있는 균질감, 탄탄한 보디감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대단한 캐릭터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