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가까운 와인 서빙을 받고 싶다면 가야할 곳
와인 수입사인 크리스탈 와인은 여러 프리미엄 와인 수입으로도 유명하지만, 잘토라는 가장 핫한 와인잔을 수입/유통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이 와인잔은 내구성을 무시한 아름다움(?)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잔 성능 역시 엄청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잔으로 제대로 된 와인 서빙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바로 이 곳, 레 클레 드 크리스탈을 방문하면 된다. 3층은 퍼블릭, 2층은 프라이빗. 당근 3층으로 가는데 처음 들어갈 때 버튼을 눌러서 통화를 해야 비로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특이한 구조다.
요즘 샴페인은 이렇게 넓은 잔에 마시는게 좋다. 당연히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반대편으로 즐비한 잘토잔이 보인다. 사진은 없지만 여기 물잔 역시 잘토인데, 너무나도 멋진 잔이다. 물맛이 엄청나게 살아난다.
여기는 와인 뿐만 아니라 음식도 대단히 훌륭하다. 파스타의 삶기, 그리고 시즈닝에 이르기 까지 궁합이 잘 맞고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앤초비 파스타.
함께 마신 마우로 몰리노의 바르베라 달바. 과거의 바르베라가 거칠었다면 지금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여기 이베리코 돼지구이는 매우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맛을 보여준다. 부드러움과 함께 풍성한 식감을 함께 전해준다. 아스파라거스랑 함께 하면 더욱 맛있다.
여기의 명물, 트러플이 곁들여진 호화로운 뇨끼다. 감자를 매우 찰지게 반죽하여 익힌 다음 다시 살짝 눌러 구웠는데 하나하나마다 트러플의 향미가 깊이 배어 있어서 정말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술안주가 된다.
그리고, 악취미로 다른 수입사(?)의 와인을 한 병 주문.
Mauro Molino Barberad'Alba DOC 2018
과거의 바르베라는 그저 거칠며, 저렴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와서 이 품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네비올로를 다루는 포도원들은 바르베라에도 그만한 공을 들여서 매우 섬세하고, 산미가 잘 뒷바침 되는 와인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랑게 네비올로 수준의 섬세함과 깊이감을 준다. 이탈리안 허브(바질, 오레가노 등)의 터치가 전해지면서도 블랙베리계열의 터치, 그리고 부드럽게 잘 다듬어진 산미의 균형감이 대단히 좋은 와인이 되었다.
Suenen Champagne Blanc de Blanc Grand Cru NV
이 샴페인을 두고 품종을 맞추라 하면 아마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마셔보고 뫼니에나 피노 누아르가 상당부분 들어갔을 것이라 판단했으나 결론은 샤르도네 100%였다. 우아함과 무게감을 모두 다 갖고 있는데, 미네랄리티와 피니시의 응집력이 매우 돋보이는 와인이다. 기포의 질감과 화려함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반 화이트에서 느낄 수 있는 즐겁고도 행복한 피니시의 캐릭터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피니시에서 과실향 뒤에 이어지는 섬세한 견과류(약간의 호두 계열)의 터치를 찾아보는 묘미도 상당히 즐겁다.
Andrea Franchetti Etna DOC Passorosso 2017
원래는 파소피쉬아로라는 이름으로 나왔으나, 마을 이름을 상품명으로 쓸 수 없다는 규제에 따라 파소로소로 이름을 바꾼 와인이다. 프랑게티의 야심한 에트나 프로젝트로써, 이제는 피노와 네비올로의 중간자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하며, 깊이감 있는 과실 터치를 잘보여준다. 산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매우 드라이하다. 체리, 크랜베리, 딸기 계열의 아로마는 입 안에서도 정직하게 잘 나타나고 있다. 색상은 아직 어린 편으로 약간 보라빛이 도는 루비색을 띠고 있다. 숙성이 더 될 수록 멋지게 바뀔 것이다. 다른 에트나 포도원들에 비해서는 질감은 약간 거친 편이지만, 이 역이 와인 메이커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