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함없는 파인다이닝, 더 그린 테이블

10년 넘게 이어온, 조용하지만 강한 레스토랑

by 정휘웅

내 파인 다이닝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다른 미식가들에 미치지는 못한다. 다만 나는 좋아하는 곳을 가면 계속 가는 습성이 있다. 생각을 해보니 그린 테이블을 알게 된 것도 10년이 되었고, 샤프트레이딩 이사님을 알게 된 것도 10년이 되었다. 10년 인연을 기념하려 몇 년 만에 이 곳을 찾았다.


여전히 반갑게 맞이 해주시는 셰프님, 그리고 언제나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메뉴들(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되는 엄청난 내공)에서 행복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추천함에 주저함이 없는 곳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보기를 권장한다.


IMG_9130.jpg 테이블 세팅
IMG_9131.jpg 내부공간. 이 날은 세 팀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리들이 잡혀 있다.
IMG_9133.jpg 간혹 저 그릇들이 이뻐서 사고싶어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한다. 물론 팔지는 않는다.
IMG_9134.jpg 오늘의 메뉴. 저녁은 단일 코스이며 옵션에 비용이 좀 더 붙는다.
IMG_9136.jpg 직접 구운 빵이다. 매우 따뜻하다.
IMG_9137.jpg 식전빵. 역시 직접 구워 낸다.

처음 메뉴로 나온 샐러드다. 과거에는 샐러드가 화려했다면 이제는 야채들 사이의 맛 균형을 생각하는 것 같다. 매우 균형감 있는 레몬의 산도가 은은하고 조화롭게 이어진다. 그릇을 보면 더 감흥이 커진다.

IMG_9142.jpg

여기서부터가 코스의 시작이다. 일종의 찬 수박과 라임 크림이 어우러져 있는데, 입 안이 깔끔해지고 이제 어떤 요리든 들어오라 신호를 보낸다.

IMG_9145.jpg

8시간 조린 양파소스, 그리고 장어, 투명하게 조리된 다시마가 함께 얹혀지고, 말린 흑올리브를 간 가루가 함께 서빙된다. 양파 각각의 조리 특성이 달라서 하나는 아삭거리고 하나는 달콤하다. 소스의 맛이 장어와 기가막히는 조합을 보여주는데, 화이트 와인과 조합을 하면 와인의 산도와 장어의 기름짐, 그리고 소스의 달콤함이 폭발한다. 이런걸 마리아주라 한다.

IMG_9147.jpg

시그니처 메뉴다. 특히 건강한 곡물, 잘 익힌 가지 등 여름 채소에 10가지 야채를 끓인 갈색 소스가 얹혀진다. 이 맛의 조화 역시 놀라운데, 보리의 살짝 오독거리는 식감과 야채의 풍성한 맛이 함께 입 안에 전해져서 놀랍도록 조화로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IMG_9151.jpg

농어에 파프리카 소스다. 여기부터는 피노 누아르가 잘 맞다. 흰 살 생선이지만 피노 누아르에 매칭이 잘 되는 것은 아래의 여러 종류 토마토(말린것, 그리고 종류별로 다른 맛을 내는)가 함께 전해지며, 파프리카 소스가 농어의 맛을 더 깊게 끌어올려준다. 덕분에 피노 누아르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IMG_9158.jpg

탄력이 대단한 랍스터다. 두 개의 다른 감자가 사용되었고 아래는 부이아베스 소스, 딜의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데 입 안에서 정말로 기분 좋은 맛을 선사한다. 역시 피노랑 함께 하면 엄청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IMG_9163.jpg

메인중 하나인 닭요리. 닭을 돌돌 말아서 조리했다. 아래는 시금치고 위는 명이나물이다. 이 요리의 정말 대단한 점은 바깥의 간, 속의 간, 그리고 아래 시금치의 간이 서로 다르다. 기묘한 간의 조화가 입 안에 들어가면 시간차로 달리 혀를 자극한다. 간이 서로 섞이지 않고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짠 맛을 달리 내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와인이 들어가면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놀랍도록 깊은 맛을 선사한다.

IMG_9164.jpg

미디엄 레어로 나온 스테이크. 옆은 감자다. 위의 쪽파랑 아래의 소스가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시즈닝이 대단히 잘 되어 있다. 입 안에서 즐거운 풍미를 느껴볼 수 있다.

IMG_9165.jpg

10주년이라고 이처럼 멋진 디저트를 내어주셨다. 다쿠아즈는 따스하고 부드러웠으며, 초콜릿은 달콤했다.

IMG_9169.jpg

내가 사람 얼굴은 잘 안내는 편인데, 이 날은 10년이라는 긴 인연을 기록으로 남길까 하여 셰프님과 동행한 샤프트레이딩 이사님의 동의를 얻어 사진을 올린다. 이런 인연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간절히 기대 해 본다. 늘 감사한 마음은 마찬가지고.

IMG_9170.jpg

이 날 와인은 두 가지를 마셨는데, 다음은 시음노트다.

IMG_9135.jpg

Jean Fery & Fils Santeney 2016

진중한 테루아의 캐릭터가 느껴진다. 드라이하면서도 배경은 약간의 달콤함을 내재한 알코올의 느낌이 살짝 전해진다. 보디감이 약간 있지만 과하지 않으며, 산도도 보디감에 잘 섞여 있어서 멋진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다. 입 안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마시는 이에게 행복한 기분을 들게 만들어 준다. 색상은 약간 볏짚색이 도는 노란 빛을 띠고 있다. 지금이 시음적기며, 향후 3~4년간 좋은 모습을 줄 것 같다.


Jean Fery & Fils Vosne-Romanee Aux Reas 2016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피노 누아르가 주어야 하는 여러 아름다운 미덕의 요소를 모두 다 내재하고 있다. 섬세하면서, 집중력 있는 깊은 터치의 체리, 딸기, 그리고 삼나무의 터치와 유려한 깊이감을 전해주는 관조적 터치의 피니시에 이르기 까지 멋진 밸런스를 보여준다. 앞으로 숙성을 더 해도 좋을 것 같다. 고기요리, 치킨 요리 어떤 형태의 요리든 대단히 멋진 궁합을 보여줄 것임에 틀림 없다.


더 그린테이블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