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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Dec 06. 2019

2019년 올해의 와인

올해부터는 방법을 좀 변경

내가 올해의 와인을 선정하는 방법은 이러하다. 새해가 되면 클라우드 폴더에 “@@년 올해의 와인 칼럼”이라는 파일을 하나 만든다. 그리고 매번 시음노트를 정리하면서 이 와인이 올해의 와인감인가 언제나 측정하며 살펴본다. 가성비가 좋거나 정말로 뛰어난 와인이라면 칼럼에 넣어둔다. 그리고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이 와인을 대체할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작년까지는 파이널리스트(finalist)를 넣었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올해부터는 간략하게 발표할까 생각한다. 2018년 12월 중순에서 ~2019년 12월 현 시점까지 시음한 1055개 와인 중에서 결론을 내려본다. 


Wine of the year

(없음) 이유는 너무나 좋은 와인들이 많아서 무엇을 고를지 결정이 안났기 때문이다.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것이 너무 많아서였다. 와인들의 품질이 해를 거듭할수록 뛰어나지고 있다. 양조자들은 그 만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와인 한 병 한 병에 담는다. 어쩌면 이 기간 마신 1천개의 와인 모두가 올해의 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분류에 오렌지/내추럴 부분을 추가했다.


Red

올해의 레드 와인을 두 개를 선정했다. 좋은 와인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이 두 와인은 머리에 명징하게 각인된다. 웬티는 빈티지마다 계속 품질이 오르고 있다. 과거 빈티지 맛을 생각하면 안된다. 그리고 콘타도르 와인은 와인 포인트라는 앱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숍 구매도 가능하지만. 앱도 써보고 이 와인은 꼭 마셔보기를 권장한다. 하루 디켄팅 해서 말이다.


Wente Cabernet Sauvignon Livermore Valley Southern Hills 2017

웬티의 품질 개선은 놀랍다고 볼 수 있다.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카시스 세 개의 박자가 정확하게 삼각 구도를 그리며 입 안에서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전에 서던 힐즈는 약간의 들큰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2017년 빈티지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매우 효과적으로 통제하였다. 체리 계열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최근 캘리포니아 카쇼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좀 더 기본으로 파고든 느낌이다. 민트 계열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피니시에서 이 부분을 약간 느낄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 와인의 가격을 알게 된다면 다시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안정감 있는 산도와 피니시, 향이 강한 음식 사이에서도 자신의 아로마를 잘 지킨다. 색상은 기분 좋은 약간 진한 루비색을 띠고 있다.(샤프트레이딩)


Bodegas Contador Rioja La Cueva de Contador 2010 

사실 수 많은 스페인 와인을 맛보아오면서 이제까지 첫 맛에 완전히 반한 경우는 두 번 가량인데, 한번은 팔라시오스의 레르미타였고 두 번째가 이 와인이다. 아직 내 마음속 카탈루냐의 최고는 팔라시오스라 이야기 할 수 있고, 가스띠야의 최고봉은 없는 셈이었는데, 이 와인은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윗등급은 파커의 100점을 획득했다 하나, 이 와인만으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한 것 같다. 비오디나미로 양조하며, 진한 자줏빛 도는 루비 색에 은은한 산도와 기막힌 질감, 그리고 말 그대로 응축된 포도의 느낌이 편안한 바다처럼 전해진다. 약간의 허브 느낌, 미네랄 느낌, 그리고 입 안에서는 알코올이 주는 당도와 절제감 있는 산도가 멋진 균형감을 전해주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컨셉의 레드 와인이다. 아직 이 와인을 다 파악하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는 브리딩 하루 가량 한 뒤에 시음해봐야 하겠다.(와인포인트 앱 내 구매 가능)


Sparkling

(없음) 스파클링의 품질 개선은 놀랍고 여러 가지 눈에 띄이는 와인들이 있으나 올해의 경우에는 이름을 올릴만한 스파클링은 시음하지 못했다. 어쩌면 축하할 일이 너무 적었거나.


White

르플레이브는 우아하다. 그냥 이 한 단어로도 이 엄청난 포도원을 설명하는데 간단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이 부르고뉴 샤르도네는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단연 압도적이었다. 재고가 얼마 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영국 왕실 결혼식 와인으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Olivier Leflaive Bourgogne Les Setilles 2016 

최근에 부르고뉴의 가격 상승은 생산량 감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요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최근 매우 훌륭한, 특히 아주 좋은 빈티지를 만들어낸 2016년은 모든 수입사들이 30% 이상의 원가 상승으로 비명을 지른다. 그런 와중에서도 잘 고르면 매우 훌륭한 부르고뉴를 만날 수 있는데 이 와인이 바로 그러하다. 오크 터치가 매우 섬세하면서도 피니시에서 산도의 아련함이 매우 긴데, 약 30초 가량 지속되는 산도의 촉촉함이 이 와인의 최대 매력이다. 그리고 아로마는 미묘하면서도 섬세한 관조적인 미네랄, 열대과실, 약간의 바닐라 터치가 전해지는데 과하지 않고 아름답다. 색상은 매우 맑은 노란 빛을 띠고 있으며 안정감이 대단히 좋다. 신선할 때 마시면 더욱 좋고 온도가 좀 낮은게 좋겠다. 음식은 따로 매칭할 필요가 없다. 이 자체로 완벽하다.(빈티지 코리아 수입)


Orange/Natural

2005년인가 2008년인가 라디콘의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이 와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기적적으로 한 수입사의 노력 끝에 국내에 들어오게 되었고 나는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이 귀한 와인을 수입해온 뱅베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Radikon Chardonnay, Tokaj Friulano Venezia Giulia IGT Slatnik 2016

이 이탈리아의 명주는 기분 좋고 투명한 오렌지 색상을 전달한다. 귀부와인 같은 느낌의 터치, 견과류, 그리고 입 안을 가득 채워주는 섬세한 집중력에 이르기 까지 매우 안정감 있는 와인이다. 산도의 균형감이 대단히 좋고 크리스탈 같은 구조감을 가지고 있어서 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은 대단하다고 하겠다. 물론 지금 마신다고 해서 이 와인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온 디켄팅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곧바로 마시기도 좋지만 서 너 시간 가량 브리딩을 하면 놀라운 맛이 날 것이다.(뱅베)




특별 와인

사실 이 와인을 테이스팅 했을 때 완전한 블라인드로 진행했다. 그리고 아직 출시가 아니라 제품 이름도 결정되지 않은 와인인데 너무나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천재 양조자 맷 웽크가 만든 이 아티잔 와인은 샘플 4번으로 불린다. 21개월 오크에서 숙성했는데, 차마 구매할 수 없는 와인을 올해의 와인으로 올리는 것이 맞는가 오랜 고민 끝에 특별 와인으로 넣었다. 사실상 올해의 와인이지만 올해의 와인으로 넣을 수 없는 사정으로 이런 자리를 차지했다. 정식 제품이 나온다면 꼭 마셔볼 생각이다.(빈티지코리아 수입 예정)


Smidge Cabernet Sauvignon McLaren Vale (Sample04) 2017

더할나위 없이 맛이 훌륭하다. 체리, 딸기, 기분 좋은 응집된 과실 느낌이 들면서도 산도 통제를 잘 하고 단 느낌이 있어서 대단히 훌륭하다. 집중력이 있으며, 피니시도 아주 길고 섬세하며 다른 음식들이나 와인들을 압도할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크의 터치가 있는 듯 없는 듯 매우 뛰어난 캐릭터가 훌륭하게 전달된다. 피니시에 있어서도 과실의 질감이 대단히 잘 전해지는데, 깊이 있는 피니시와 시작 등 여러 면모에 있어서 뛰어나다. 2019년이 끝나기 전에 이보다 더 뛰어난 와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의 와인은 이것으로 할까 생각한다.(2019년 10월 7일 시음) 이후 확인 사항: 오크 21개월 숙성 이외의 별달리 알려진 사항은 아직까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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