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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Feb 27. 2020

[점검] 코로나19와 한국와인시장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비상상황이다. 길거리 모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고 어디를 가든 손 세정제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있다. 나 역시 개인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것은 병 자체도 무서운 것이겠지만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것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실례로 옆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면서도 언론 등에서는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가 조사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매우 높으나 그 덕분에 가감없이 정보가 사실대로 전달되어 더욱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 역시 크다고 본다.


어떤 경우든 은폐하는 것 보다는 현재 정부가 하듯이 모든 것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밝히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개인적인 판단이다. 물론 덕분에 와인시장 전반에는 미증유(未曾有)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불과 10일 남짓 전에 와인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나는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2000년 이후로 한국와인시장이 경제상황(미국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등)에 따라서 영향을 받은 적은 있으나,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이슈(2016년 탄핵,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 등)에 의해서 시장이 영향을 받은 적은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했으므로 이번도 그러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판단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19가 한국와인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고 최소 3~4%의 성장잠재력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에 대한 의견을 간략하게 밝혀보겠다.


첫째, 이번 사태는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즉, 북한 연평도 포격이 있어도 주가는 조금 출렁였으나 실물경제는 견실하게 유지되었다. 2016년 탄핵 당시에도 국민들은 침착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주중에는 본업에 충실하였으며 경제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금번 사태의 경우에는 경제주체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 강제적인 조처라기 보다는 자가적인 조처다. 특히 와인을 많이 판매하는 주요 채널인 마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이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는 금번 사태의 특징 때문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1분기는 수입물량이 1년중 가장 적은때다. 지금까지의 통계를 살펴보았을 때 다른 분기의 수입물량은 늘거나 줄어드는 경우를 종종 살펴볼 수 있었으나, 1분기의 경우에는 4분기의 수입물량 증가와 이에 대한 재고 부담, 설날 선물세트 이후의 잔여 수량 소진, 2분기의 수요등을 고려하여 전반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여름이 될수록 소비자들은 고가보다는 화이트, 소비뇽 블랑이나 가벼운 스파클링 계열의 와인을 찾고, 주문물량 자체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입사들은 통관 물량에 대한 조정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셋째, 레스토랑에 대한 방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예약고객의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이탈리안부터 파인다이닝에 이르기 까지 많은 곳에서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레스토랑의 방문 감소는 특히 중소수입사들에 대한 단기적 와인 발주 감소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숍의 경우에는 고정고객들에 대한 세일 등으로 물량을 소진할 수 있는 방안이 있겠으나, 레스토랑의 경우 방문하는 고객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특성상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수입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계획된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최대한 입고 연기, 신규물량 발주 유예와 같은 조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다. 미리 계약된 물량의 경우에는 불가피하겠으나, 코로나19 이슈로 인해서 환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수입사들에게는 당연히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중소수입사의 경우 레스토랑 등의 납품도 중요하나 소비자 직거래 혹은 숍을 통한 물량 소진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래도 와인을 소비한다. 다만 집에서 할 뿐이다. 집에서 와인을 소비하는 경우에 숍이나 마트에서 와인을 구매하는데, 마트도 가기 꺼려한다. 이 때 방법은 수입사 직거래나 숍을 통한 직접 배송(현재는 국세청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양해가 된 상태이다)을 통하는 방법이 적절할 것이다.


셋째, 재고자산 최소화다. 재고자산은 통관전 물량과 통관후 소비 물량으로 나뉠 수 있겠으나, 잘 안나가는 물량에 대해 여러 유통적 혜택을 줌으로써 재고자산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끼워팔기, 1+1과 같은 전략은 국세청에서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의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와인업계가 아니지만 이 세 가지가 얼마나 어려운 주제인지 잘 알고 있다. 모든 기업들은 재고자산 줄이기가 큰 이슈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보다 소비자 비대면 직접거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물량이 빠지면 셋째 조처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온라인에 기반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시음회 보다는 숍과 협업하여 소비자들에게 기획상품 형식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해봄즉 하다.


이번 코로나19 초기 개인적으로 만난 감염병 관련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번 사태의 해소는 2월초에 증가세가 꺾일 경우 4~5월, 3월까지 가면 그 여파가 여름까지 갈 것이라 했다. 현재로서는 후자가 유력하다. 코로나19의 병리학적 이슈가 정리되는 것이 여름이라면 경제 문제, 해외의 한국 방문객에 대한 해제 조처는 이보다 더 늦어질 확률이 높다. 이는 2020년 한 해 전체적으로 이 사태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맨 처음 언급한 것처럼, 근거는 약하나, 개인적 견해로 물량 기준 3~4%가량의 성장잠재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2017년~2019년 사이에 시장에 수입된 와인들 중 재고로 남은 물량들의 시장 부담도 영향을 줄 것이다.(이미 재고물량에 따라 2019년 12월부터 영향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1월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디 이번 코로나19 이슈가 하루 속히 해결되고 모든 이들이 이전과 같이 즐겁게 와인을 즐기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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