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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25. 2020

코로나19시대, 와인시장은?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는 와인 시장

요즘도 매달 15일이면 관세청의 대이터를 수집하여 와인 시장 현황을 보고 있다. 그리고 수입사 대표들과도 자주 연락하면서 시장 현황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현재 수입와인업계는 시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리고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간략하게 몇 가지 개인적 견해를 밝혀보고자 한다.


해외 여행 불가에 따른 국내 와인 구매 증가

이 현상으로 인해 해외 구매 와인의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직접 가져오든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개인 통관을 하든 여러 경로가 있었는데, 현재 이 중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던 직접 반입이 엄청나게 줄었다.(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개 외국에서 사올 때는 데일리 와인을 사올 리는 없다. 대부분 고가의 와인, 소장용 와인을 사오게 되는데, 지금 그러한 라인이 모두 끊어진 상태다. 주변의 수입사들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고가 와인들이 잘 나간다는 보고를 자주 듣고 있다.(한 두 곳이면 모르겠으나, 여러 곳이다.) 이 현상은 소위 “좋은 와인은 나 혼자 먹는다”는 애호가들의 본심(?)이 작용하는 것이 우선 요인이 될 것이며, 그 와인을 집에서 부부, 연인, 혹은 아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고급 와인들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데일리 와인은 마트에서 구매하지만 고급 와인은 아는 수입사가 있다면 이들을 통해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4,900원 와인의 힘이 대단하다.

저가 와인을 맛본 소비자는 그 다음에 계속 저가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 조금씩 가격을 올리게 된다. 약 20년 전 나의 경험이 그러했고, 주변 와인 애호가 혹은 입문가들의 행태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와인의 영향력은 다른 와인에 대한 구매로 서서히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집에서 즐기는데 소주를 박스로 사다 놓으면 이를 반길 이는 없다. 젊은 연령대에서는 맥주가 좋은 요인이 되겠으나, 30대 후반 이후의 연령대에서는 와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서서히 저가 와인의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늘어나고 있다.


재난지원금, 주식시장의 영향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식시장이 한 번 출렁인 이후 그 사이에 의외로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보았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좋은 와인을 한 두 병 사서 마실 수 있는 소위 “스몰 럭셔리”에 대한 욕구가 드러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해외를 나가기 어렵고 여행도 제한된 상황에서 집에서 즐길 거리들에 대한 고급 수요는 반대로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스몰럭셔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은 여행 등에 들어갈 경비가 와인으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 역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급 소비에 대한 욕구로 드러났을 확률이 높다.


미국와인이 잘 나간다.

한국인이 가장 유학을 많이 가는 나라중 하나가 미국이다.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오면서 미국 와인을 접한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주로 미국 와인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찾고 실제로 업무도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출장길이 막힌 이후로 대부분 국내에서 미국 와인을 구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도 좋은 와인들은 일반적으로 20불~40불 이상 나가는 와인들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국내에 수입된 미국 와인들의 가격 중에는 이 가격대에서 합리적 가격대의 소량 수입 와인들이 상당히 많다. 그 덕분에 2020년 한국 시장에서 미국 와인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와인의 가격이 칠레나 스페인에 비해서 높게 책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와인의 수입과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화적 요인들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온마켓은 초토화

요즘 호레카 관련 담당자들과 이야기 하기가 두렵다. 시황이 매우 좋지 않다. 게다가 광복절 이후 대유행 조짐에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호레카 시장이 다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마켓의 시장 비중이 온마켓에 비해 자꾸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시장 주도권의 전환점은 개인적 견해로 2010년~2013년 경에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는데,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된 것은 2015년 이후라 판단된다. 어느 경우든 온마켓은 큰 타격을 받은 것임에 틀림 없고, 앞으로 시장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시장 동향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이 있었으나 이제는 상당부분 정리되어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기회는 위기에서 온다고 하던가? 지금 시장의 현황이 정확하게 이에 맞다고 판단된다. 소비자들도 더 이상 수입 와인이 고가 폭리라는 이미지는 많이 희석된 것 같다. 저렴한 와인이 많이 시장에 출시됨으로써, 더 이상 90% 할인 같은 행사는 의미가 많이 위축되었다. 2021년까지는 현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되며, 모쪼록 와인 업계 모두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혜안을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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