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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27. 2020

리슬링이냐 소비뇽 블랑이냐 이 것이 문제로다

꼬깔콘 오리지널과 군옥수수맛 이상의 선택장애가 발생한다.

얼마전 페이스북에 무심코 간단한 질문을 하나 올렸다.“여름에는 소비뇽 블랑 아니면 리슬링?” 그런데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리고 치열한 취향 간증들이 이어졌다. 나는 이 댓글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와인에 대한 취향이 다양한지 다시금 알 수 있었고, 나의 기억에서 꺼내어 두 와인들에 대한 내 생각들을 살짝 풀어볼까 한다. 사실 두 품종의 캐릭터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취향 문제에서는 꽤나 갈등이 돋게 하는 주제인 것 같다. 꼬깔콘 오리지널이 좋은지 구운옥수수맛이 좋은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갈등이 혼재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두 품종이 다 좋기는 하지만, 두 품종의 장점에 대해서 기술해볼까 한다.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의외로 쇼비뇽 블랑의 풀내음을 싫어하는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다. 이 쇼비뇽 블랑의 특징적인 캐릭터는 주로 뉴질랜드산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사실 이 캐릭터가 전체 쇼비뇽 블랑의 캐릭터는 아니다. 프랑스 푸이 휘메(Pouilly Fume) 지역이나 므네투 살롱(Menetou Salon) 지역의 와인들, 그리고 보르도(Bordeaux)에서 세미용(Semillon)과 블렌딩이 되는 페삭 레오냥 지역의 소비뇽 블랑 계열 와인들은 정말로 산뜻하면서도 우아한 맛을 보여준다. 내가 바라보는 소비뇽 블랑의 핵심은 청아함이다.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시냇가에 맑은 물이 흐르는데 손을 담그면 얼 것 같이 차가운 느낌이 전해지는 그런 청아함이다. 지금 이 칼럼을 쓰면서도 나는 칠레산 소비뇽 블랑(산타 에마 소비뇽 블랑)을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오히려 풀내음은 조절되고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을 살리고 있다. 지금 마시고 있는데도 온도가 너무 차지 않아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산도도 훌륭하게 선사하고 있다.    

 

쇼비뇽 블랑의 미덕은 샤르도네처럼 무겁거나 두껍지 않아서 여성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너무 드라이한 느낌이 나서 싫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 맛에 마시는 것이 쇼비뇽 블랑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느낌, 레몬즙과 라임이 함께 어우러진 것 같은 청아함이 함께 조합되어 여름철에 이보다 더한 와인은 없다는 느낌을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요리를 매칭한다면 단연코 광어나 우럭 같은 양식 어류도 좋지만 내가 최고로 꼽는 것은 도미다. 참돔이나 감성돔, 특히 감성돔은 아주 단단하면서도 힘이 있는 보디감을 주어 입 안에 깊은 통찰력을 주는데 이에 멋진 궁합을 주는 것이 쇼비뇽 블랑이다. 한국식으로 쌈싸먹는 회(심지어는 방아가 들어간다 하더라도)에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니, 소주나 맥주 보다 백만 배 낫다고 해야 하겠다.     


리슬링(Riesling)     

리슬링에 대한 내 추억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숍에서 싸게 나온 리슬링이 있다길래 박스로 샀다. 알자스 지역의 한 포도원이었다. 여름날이었고, 나는 냉장고에 넣어놓고 한 병을 마셨다. 이 한 박스가 사라지는데 15일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겪은 리슬링의 마력이었다. 리슬링의 그 달콤하면서도 관조적이고 섬세하며, 의외로 오래 숙성되는 강인함은 리슬링의 미스테리라 해도 충분할 것이다.     


리슬링은 달콤함이 남으면 남은 대로, 드라이하면 드라이한 대로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드라이한 리슬링(호주산, 서초주 혹은 태즈매니아(Tasmania))이나 독일의 모젤(Mosel)이나 라인가우(Rheingau) 지역에서 나오는 트로켄(Trocken) 계열은 여름철에 청아함과 풍성한 꽃향기를 선사하는데 더할나위 없는 풍족함을 줄 것이다. 리슬링은 의외로 기름기 있는 음식에 잘 맞는데 여름철 치킨이나 중식의 탕수육과 같은 음식에 시원한 리슬링이 매칭되면 엄청난 궁합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리슬링에 엄청난 명주들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웬티의 리슬링이다. 미국산 리슬링도 상당히 훌륭한 맛을 보여주는데, 리슬링의 특징처럼 라이트 보디임에도 숙성 잠재력도 꽤나 많이 보여준다.     


이렇게 보니 두 품종 모두 호각이다. 그 무엇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나도 새우깡이냐 맛동산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 무서운 두 품종인 셈이다. 물론 기라성 같은 화이트 품종들이 있기는 하나, 이 두 품종만큼 갈등하게 만드는 품종은 없는 듯 싶다. 더운 여름, 대부분 사람들이 휴가철로 생각하나, 사실 업무 입장에서는 1년의 업무를 한창 마무리짓고 12월의 피날레를 위해서 땀 나게 뛰어야 하는 시즌이다. 그만큼 체력적으로도 힘들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기간이다. 이런 기간에 유일한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산뜻하고 상큼한 품종의 와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첫 번째 질문, 나의 선택은?     


나는 소비뇽 블랑에 던진다. 이유는 없다. 그냥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을 선택하든 훌륭한 선택이니, 당신은 멋진 사람이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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