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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Dec 09. 2020

2020년 올해의 와인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시기가 빨리 끝이 나야 모든 이들이 기쁘게 와인을 마실 것이라 생각한다. 2020년은 2019년과 달리 시음 와인이 520개 남짓으로 전년 대비 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누적 시음노트는 총 11,300여개를 기록하고 있다. 와인 자리는 많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과 훌륭한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0년 올해의 와인

올해는 두 개의 올해의 와인을 뽑았다. 리투알의 경우 폴 홉스가 칠레에서 만들어낸 와인이다. 달걀형 콘트리트 발효조에서 발효하고, 그 이후 토스트 하지 않은 일반 배럴에서 다시 숙성하였다. 덕분에 매우 독특하면서도 기분 좋은 소비뇽 블랑이 탄생했다. 칠레 와인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시음해보기를 권한다. 올리비에 르플레브의 경우에는 주로 본 마을 주변의 레드를 만드는데, 작년의 레 세티에 이어서 올해에도 최고로 올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뛰어난 와인을 보여주었다. 이 집안의 이야기는 얼마전 칼럼으로도 올렸으니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Ritual Sauvignon Blanc Casablanca Valley

어찌 보면 비슷한 기후대에서 나오는 와인은 비슷한 캐릭터를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칠레의 카사블랑카 밸리는 안데스 산맥과 남태평양을 관통하는 골짜기로써, 화이트나 섬세한 포도 품종 재배에는 최적의 위치중 하나다. 덕분에 이 곳의 와인들은 어찌 보면 뉴질랜드의 그것과 유사한 특성을 지니는데, 이 소비뇽 블랑 역시 그러한 느낌을 많이 준다. 블라인드로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 테이스팅에 이 와인이 들어가면 감쪽같이 신분을 속일 수 있다. 라임, 그리고 약간의 발포느낌, 섬세하고도 기분 좋은 산미감, 밝은 노란 빛 등 내면에 들큰함 없이 매우 전문적으로 다듬어진 와인이다.(문도비노 수입)


Olivier Leflaive Pernand-Vergelesses 1er Cru Fichots 2015

정말로 변화무쌍한 맛을 보여준다. 이렇게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는 와인도 드물 것이다. 처음에는 과실의 터치에 풍성하고 달콤한 느낌을 주다가 이내 다시 드라이하며 미네랄 가득한 풍미로 넘어간다. 다시 변화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사하는데 정말로 재미있는 와인이다. 집중력이 확연하게 나타나면서도 근사한 질감과 터치, 이런 부분들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색상은 기분 좋은 루비 색, 병 브리딩을 하면서 이 관조적 산도와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선사하는 와인을 함께 한다면 정말로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빈티지 코리아)


스파클링

연초에 이 와인을 마시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 풍부하고도 깊이 있는 기포, 섬세하면서도 풍성하게 피어오르는 미네랄리티, 달콤함, 산미 모든 면에 있어서 정말 뛰어난 와인이었다. 2020년 수 많은 스파클링을 마시면서도 이 와인을 올해의 스파클링으로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내려둔 적이 없었다.


오미로제 연 NV

품질이 정말로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매우 맛있다. 어지간한 외국의 스파클링 보다도 섬세함과 과실의 터치가 대단히 깊이 있는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다. 입 안에서는 상큼한 보리수 터치부터도 산도, 달콤함, 약간의 짭조름함과 미네랄리티도 전해진다. 기포는 입 안에서 가글링 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듯 폭발적으로 올라오는대 그 깊이감이 놀랍고 대단하다. 색상은 "볼 빨간 사춘기" 같은 수줍은 분홍빛을 띠고 있다.(문경 오미나라)


화이트

듀몰의 와인은 캘리포니아 샤르도네 중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산미감의 출발점과 끝은 어쩌면 부르고뉴일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새로운 방향을 지향하고 있음이 틀림 없다.


DuMol Chardonnay Sonoma County Russian River Valley Highland Divide 2016

정말로 아름다운 와인이다. 색상은 기분 좋은 약간 진한 황금색을 띠고 있다. 입 안에서 매우 부드럽고도 단단하고 구조감 좋은 산도가 가감없이 전해진다. 아로마는 매우 섬세한데 입 안에서는 잘 익은 파인애플, 그리고 꿀 계열의 느낌, 망고 계열의 느낌도 전해진다. 혀에서 끊임없이 침이 새어나오고 있어서 아름답기 그지없는 산도를 보여주고 있다. 착 감기는 이러한 피니시는 어지간한 와인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집중력 보다는 이 자체의 크고 거대함, 뭔가 따스함이 보여주는 것이 마크로스코의 따스한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든다. 가히 명주다.(와인투유 코리아)


레드

와인포인트 앱에서 구매하는 와인이 작년에 이어서 다시 이름을 하나 올렸다. 락포드는 해외로 수출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드물게 국내로 수입이 되었다. 덕분에 이 귀한 포도원의 와인을 국내에서 맛보게 되었다. 이본 멘트라스의 보졸레, 가메이라는 품종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엄청난 보디감과 디켄팅을 오래 해야 제대로 깨어나는 구조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과실 느낌, 딸기 캐릭터 등 무엇 하나 빠짐이 없다.


Rockford Shiraz Barossa Valley Basket Press 2014

최소 10시간을 디켄팅 해야 하는 와인이다. 처음 오픈하면 절대 이 와인이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다. 아로마는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하다. 대추, 감초, 그리고 진한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계열의 아로마가 맛에서도 동일하게 전달된다. 이스트 터치도 강하게 느껴지는데, 약간의 의도적 산화(전통적 기법의)의 느낌이 들며 산도도 힘이 제법 있다. 이 와인을 10시간 이상 브리딩 하게 되면, 주변으 아로마로 가득 채우게 되며, 점차로 맛이 섬세해진다. 은은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터치가 명백하고도 직관적으로 올라온다. 이 우아함은 무엇이며 이 섬세함은 또 무엇이란 말이던가? 가히 최고의 레드 와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와인포인트 앱 내 구매)


Yvon Metras Beaujolais 2017

일단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와인 좀 안다고 하는 사람 중에 종종 보졸레 누보와 보졸레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은 제대로 보졸레 구경을 못해본 사람이라고 말이다. 2000년대 후반, 루이자도의 물랑아방 샤토 데 자크를 맛보고, 그 이후 수 많은 보졸레 크뤼들과 이 지역 샤르도네를 맛본 나는 보졸레의 가능성을 많이 목도해왔다. 이 와인은 작년과 올해 맛본 보졸레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데, 가메이의 특징적인 딸기 계열 캐릭터가 아주 도드라지면서도 섬세하다는 점이다. 입 안을 자극하지 않는데 포도 힘이 얼마나 좋은지 디켄팅을 1시간 넘게 해야 한다. 아마 제대로 마시려면 3~4년은 더 숙성해야 할 것이라 본다. 어떤 경우든, 아주 지독스럽게 맛있는데, 내추럴 계열의 와인들(콕 찍어서 내추럴이라 하기는 애매하다)은 이런 점에 있어서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줄타기를 잘 한 이런 와인은 놀랍도록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필터링 하지 않은 약간 탁도가 있는 기분좋은 붉은 톤의 색상, 딸기계열의 아로마, 그러나 입 안에서는 놀라운 구조감과 보디감, 안정적 산도와 피니시의 약간 드러나는 타닌은 아직 많은 숙성시간을 요함을 반증한다. 피니시 또한 아주 길다. 일단 아주 소량 수입되었을 것이고, 품질은 보장받을 수 밖에 없는데 수입사가 그런 성향이기 때문이다.(비티스 수입)


오렌지

올해는 제대로 오렌지 와인 시음 기회가 없어서 본 영역은 와인을 선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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