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벌서 한 분기가 지났다. 매달 집계 무역 자료는 익월 15일 0시에 온라인 공지가 되기에 항상 분석 작업은 15일 이후에 이루어진다. 2022년 1분기는 오미크론이라는 사회적 변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정치경제적 변인 두 가지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다. 공식적 통계부터 살펴보면 물량의 경우 2022년 1분기 16만 2천 헥토리터로 전년 동기 대비 3.32%가 감소했다.(2021년 16만 8천 헥토리터) 물량은 줄어든 것에 비해 금액은 1억 3천 6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9.02%나 증가했다. 물량이 3%가량 줄었음에도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생산지 물가의 상승과 운임 등 글로벌 물가 상승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여러 변인이 있겠으나 코로나 이후 시중에 많이 풀린 통화의 문제,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와인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와인 가격은 상승 압박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적인 국내 물가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 부분은 불가피한 것이 될 것이라 본다.
소비 패턴에 있어서 재미있는 것은 레드 와인의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 사이 1분기 레드 와인의 비율은 최대 73%(2013년)이었고, 2021년의 경우에도 1분기 70.29%를 차지했으나 2022년 1분기는 63.96%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레드 와인의 비율이 가장 낮았던 것은 2002년 1분기로 63.7%였으나 이 당시는 와인의 수요가 매우 적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 시장에 대입하기에는 무리다. 레드가 줄어든 공간은 화이트와 스파클링이 메꾸었는데, 레드는 17.93%로 큰 변동이 없으나 스파클링은 15.35%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2017년 20%의 비율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한다면 시장의 추이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현상은 포트, 토카이와 같이 기타 부류로 분류되는 와인들의 물량 점유율이 3.7%가 되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도 점유율이 1% 미만이어서 거의 그 존재감이 없었던 부류가 2021년 2.54%로 그 비율이 크게 늘어났으며 2022년 1분기에는 3.77%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물량이 줄어든 것은 오미크론에 의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격리되어 주류 소비는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며,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간 시장 성장 잠재력을 1% 이상 둔화시키는 요인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앞으로 시장 전망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가 해제됨에 따라 온 마켓의 성장이 예상되나 그간 너무나 크게 줄었던 시장이었기에 정상화의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성장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오프 마켓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수직계열화(수입사-숍), 물량 확보를 크게 할 수 있는 대형 수입사들에 더 큰 이익이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본다.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규모의 경제가 현실로 되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핵심적으로 지켜보아야 할 사항은 오프 시장의 수요가 코로나 이후 늘 것인가 줄 것인가 하는 점인데, 나는 일단 시장 자체가 줄어들지 않고 완만하나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미크론의 전국적 유행으로 일시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다시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성장할 것이라 본다. 그러나 각각의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느끼는 온도에는 큰 차이가 날 것인데, 숍의 경우에는 이전 매출로 돌아가는데 상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온 마켓이 다시 활성화 되기 시작하는데다가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집에서 소비하는 와인에 빠르게 지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숍의 증가, 마트 및 수직계열화 된 숍들의 시장 장악력 강화 등도 개인사업자 와인숍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것이라 본다.
중장기적으로 와인 물가 부분에 있어서도 오를 수 밖에 없는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들이 상존하기 때문에 와인 가격은 오를 것이며, 숍이나 업계 내의 경쟁 또한 더욱 격화될 것이라 본다. 무릇 돈이 보이는 곳은 기존 플레이어와 새 플레이어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한 법, 경쟁 격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나만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집중해야 와인업계에서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