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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pr 28. 2022

레드 와인, 디저트와인, 위스키

2020년 기준 미국의 전체 와인 소비 시장은 80조원이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내수 소비도 엄청나기때문에, 산술적으로 시장을 배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미국 인구가 약 3억 3천만 명이고 한국 인구는 약 5,200만 명이다. 이를 인구 숫자로 나누면 한국은 미국의 약 16%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이 수치를 한국 인구에 맞게 비교하여 본다면 약 12조 원의 시장 규모가 산출된다. 그런데 한국의 전체 주류 시장 규모가 15조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은 좀 비현실적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 인구의 규모 대비 적정 와인 규모 시장은 과거에도 최대 2조 4천억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내 예측에 아직 변동사항은 없다.


어느 품목이든지 간에 어느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만, 인구 대비 소비가능한 적정 수준의 규모가 형성되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은 시장의 상식이라 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지 간에, 2022년에는 한국의 수입 와인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길 것은 확실할 것이라 생각된다. 물량 면에서는 정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나, 금액 면(수입물가 상승), 시장 규모 면에서는 여러 관련 시장의 성장까지 생각한다면 시장 규모는 확실하게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장의 흐름에 있어서 이제 작은 요인들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메가트렌드를 읽는 노력이 업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메가 트렌드 관점에서 보면 여러 해를 거쳐오면서 서서히 레드 와인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이제는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여러 해 시장 보고서에서도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나 스파클링의 시장 주류를 이야기 했으나, 이제는 이를 좀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같다. 그리고 화이트와 스파클링의 시장 형태도 상당히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디저트 와인, 그리고 외적인 요인으로는 위스키 시장의 활황이다.


디저트 와인의 대표격이라 하면 헝가리산 토카이나 프랑스의 소테른, 그리고 대표적인 것으로는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이 있다.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수입은 물량기준 2022년 1분기 821헥토리터 수립으로 전년 대비 34%가 증가했다. 포르투갈의 레드나 화이트 와인들도 각각 물량이 크게 는 것은 잠시 제쳐두고 디저트 와인으로 간주되는 이 와인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하게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디저트 와인을 구매하게 되었을까?


여기에서는 힌트를 위스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술은 몇 가지 비슷한 면이 있다. 첫째, 마개형 뚜껑을 하고 있어서 한 잔씩 마시기에 적합하게 되어 있다. 둘째,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다. 셋째, 보관이 상대적으로 쉽다. 넷째, 단위 단가로 생각하면 가격이 싸게 먹힌다. 이 네 특징에 의해서 가정내 한 잔씩 즐기는 소비자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가격 이야기는 조금 더 하자면 포트 와인의 경우 병당 가격이 아주 싸지는 않다. 그러나 집에서 한 잔씩 즐기고 양을 조금씩 마시면 오래 마실 수 있기에 오히려 맥주나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다. 위스키의 소비 역시 하룻저녁에 다 마시는 소비자는 많지 않고, 한 잔씩 마시는 추세가 정착되고 있다.


소비자의 추세 변화는 곧바로 소비 시장에 반영되어서 싱글몰트 위스키는 매장마다 오픈런을 일으킬 정도로 호황이다. 과거 와인 때문에 시장 수입량이 곤두박질치고 금액도 크게 줄었던 시점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과거 룸살롱과 같은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소비되었던 위스키의 패턴은 이제야 그 술 본연의 소비 패턴으로 바뀐 셈이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의 술 소비 패턴은 많이 바뀌었다. 주변 사람들과 맥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1만원 4캔의 마케팅 기법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도 유효한 방법이기는 하나 이제는 배가 부르다거나 오히려 더 과음을 하게 된다거나, 남은 것을 버리게 되어 아깝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한 여러 특징을 관통하는 주제는 1. 적게 마시고 싶다, 2. 버리고 싶지 않다, 3. 저렴했으면 좋겠다, 4. 그래도 한 잔이 주는 임팩트는 있으면 좋겠다. 이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 하다. 내 생각에 앞으로 주정강화와인의 대표격인 포트 와인 수입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위스키 시장의 추세와 맞물려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 패턴과 과음을 피하려는 트렌드는 MZ세대부터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시장의 판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수입사들이나 유통 관계자들도 소비자의 큰 흐름 변화를 늘 자세히 관찰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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